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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스타벅스 카공족 역사 속으로?

  • 2020.06.16(화) 17:21

미국·캐나다서 '테이크아웃' 점포 비중 늘리기로
스타벅스코리아 "국내 적용 계획 없어" 손사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미국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스타벅스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점포 수백 개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인데요. 기존 점포를 줄이는 대신 테이블과 의자 없이 커피만 사서 나가도록 하는 '픽업' 주문 위주의 매장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스타벅스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풍경이 이제는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미국 본사가 이처럼 새로운 경영 전략을 내놨으니, 국내 스타벅스 역시 점차 바뀌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이제 정말 스타벅스의 '카공족'과 '코피스족'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우선 스타벅스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최대 400개의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이 점포 중 일부는 테이크아웃 주문만 가능한 소규모 점포로 탈바꿈할 방침입니다. 결국 기존 스타벅스 매장은 테이블과 와이파이, 콘센트가 갖춰진 점포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점포를 늘려가겠다는 셈입니다.

스타벅스의 이런 경영 전략은 원래부터 향후 3~5년에 걸쳐서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점포에 머무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어들자 앞당겨 시행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0%가량의 고객이 매장에 머물지 않고 커피만 사서 나간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20%의 카공족, 코피스족 보다 80%의 픽업 고객에게 더욱 집중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스타벅스 측 설명입니다. 

물론 매장 크기를 줄이고 '책상'을 빼면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미국 내 4월 매출은 전년보다 63% 줄었고, 5월은 43%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운 경영 사정 역시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스타벅스의 '변신'은 원래부터 예정돼 있던 경영 전략이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어느 스타벅스를 가든 매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카공족이나 코피스족은 미국에서만큼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일단 스타벅스의 한국 법인인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이런 전략을 국내에서는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각국 사정에 따라 운영 방침을 정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영전략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스타벅스코리아 측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책상'을 빼지 않겠느냐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내 스타벅스가 점차 매장 콘센트를 없애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부 매장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기존에 있는 콘센트를 없앴다거나, 새로 문을 연 매장에 가보니 콘센트가 적더라는 얘기들이 화제가 된 겁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스타벅스가 노량진에 점포를 처음 오픈했는데, 매장에 콘센트가 4개밖에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됐는데요. 노량진에 각종 임용·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몰려 있다는 점을 의식해 '카공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당시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해당 매장이 노량진역 바로 근처에 있어 잠깐 휴식을 취하러 오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콘센트를 적게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상권의 특성에 따라 테이블이나 의자, 콘센트를 배치하다 보니 매장마다 다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콘센트를 11개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들을 벌어졌던 터라 이번에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이 '먼 나라 일'로만 여겨지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강하게 손사래를 치곤 합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콘센트를 늘리고 있다며 답답해하기도 하는데요. 책상을 늘리고 줄이는 건 기업의 전략에 따라 정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극구 부정을 하는 걸까요.

사실 스타벅스는 그간 자사 매장을 집이나 회사에 이은 '제3의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커피뿐만이 아니라 편안하고 매력적인 '공간'까지 제공한다는 개념인데요. 이런 점이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을 갑자기 바꾸면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점차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을 겁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 역시 "집이나 일터가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낼 '제3의 공간'의 필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매장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경영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기존의 전략을 무작정 버릴 수는 없는 그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스타벅스 본사의 이번 결정은 과연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요. 그 결과에 따라 아마도 우리나라 스타벅스 역시 '변신'을 시도할 수도 있을 건데요. 이런 점에서 앞으로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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