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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다"…스타벅스 굿즈에 숨겨진 전략

  • 2020.08.25(화) 14:59

스타벅스 굿즈 매년 화제…한정판으로 구매 욕구 자극
'희소성' 기반한 '과시욕' 자극…전략적 이용 분석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의 굿즈 이벤트는 늘 화제입니다. 스타벅스 굿즈를 소유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부터 황당한 해프닝까지 참 많은 이야기들을 생산해냅니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의 굿즈를 두고 '계륵(鷄肋)'이라고도 합니다. '받아도 굳이 쓸모는 없는데 그렇다고 또 무시하기는 아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스타벅스 '서머 레디 백'과 '서머 체어'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을 받기 위해서는 스타벅스 음료 17잔을 마시고 온라인 스티커를 받아야합니다. 스티커를 모두 받아도 바로 살 수 없습니다. 구매 '자격'이 생기는 겁니다. 매장별 보유 굿즈의 종류와 수량도 다릅니다. 늘 확인하고 근처 매장으로 뛰어 줄을 서야합니다. 그래도 허탕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비쌉니다. 운 좋게 받아 써보면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쁩니다. 갖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 '오픈과 동시에 품절'…스벅 굿즈 마케팅

이번 굿즈 이벤트도 어김없이 '대란(大亂)'을 불러왔습니다. 레디백을 받기위해 먹지도 않는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준비된 수량이 적어 전국 스타벅스 매장 앞에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웃돈을 얹어가며 레디백을 중고 거래하기도 합니다. 2년 전에도 스타벅스는 스티커를 모으면 돗자리인 '마이 홀리데이매트'를 사은품으로 준다고 했다가 재고가 소진돼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와 공정위까지 나섰습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원회에서 "사은품을 주기로 했지만 부족해서 그러지 못한 것은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공정위의 점검을 요청했습니다. 공정위도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부의 눈치와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에도 스타벅스는 굿즈 이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타벅스는 독일의 완구회사 플레이모빌의 한정판 피규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스타벅스의 직원 모양의 피규어가 포함된 커피세트를 선착순으로 판매한다는 이벤트였습니다. 레디백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줄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벤트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단 9월로 연기했습니다. 앞서 레디백 증정 이벤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펼쳐졌습니다. 피규어 이벤트도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SNS에서는 이번 이벤트 연기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스타벅스 굿즈를 위해서라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조심스레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이벤트를 펼치다 보니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현재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가 많습니다. 파주야당역점에서만 6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역동자동점, 더양평DTR점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매장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만큼 이런 상황에서 이벤트를 강행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광복절 집회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 매일 수백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서입니다. 'n차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리두기 3단계가 발동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이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한 것이 요즘의 분위기입니다. 

◇ 굿즈 마케팅, 성공 비결은 '과시욕'

이쯤되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스타벅스가 이런 논란에도 굿즈 이벤트를 꾸준히 기획하고 시행하는 이유가 말입니다. 스타벅스의 굿즈에 열광하는 것은 스타벅스 굿즈가 가지는 '희소성'때문입니다.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것을 획득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됩니다. 당장 사용하기위해서가 아닌, 수집품처럼 집안에 잘 모셔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용성보다는 다른 특별한 이유로 굿즈를 찾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의견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한국관광레저학회의 '스타벅스의 이용 동기가 고객 만족과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이용 동기는 탐미적 요인, 과시 동기, 효용 동기, 사교 요인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스타벅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커피 맛이지만, 그 다음으로 큰 이유는 '과시'라는 얘기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인 박은애 동명대 관관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스타벅스의 굿즈는 과시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스타벅스의 굿즈들이 실용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높은 것은 일종의 사치품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삼황임에도 불구,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하는 것은 스타벅스 굿즈 정도는 감내할만한 사치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왜 소비자들의 이런 과시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는 것일까요. 바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2분기 6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2% 성장한 수치입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5% 늘어난 48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라는 비상상황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커피전문점이 이런 실적으로 올린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스타벅스의 실적 호조에 굿즈가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닙니다. 머그잔과 텀블러 등 판매용 굿즈 매출은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사은품으로 나간 굿즈는 오히려 비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굿즈가 소비자들을 꾸준하게 스타벅스로 불러들이고 이것이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매장에 들러 음료를 구매해야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스타벅스의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굿즈 품절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스타벅스는 다음에는 더 많은 상품을 준비하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늘 모자랍니다.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기에도 스타벅스의 전략이 숨어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보다 수량을 늘리되, 실제 예상 수요보다는 조금 못미치게 재고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수량이 풍부해지면 더 이상 희소성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가 굿즈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고가 조금 부족한 것이 나을겁니다.

스타벅스의 전략은 치밀합니다. 오는 9월이면 또 스타벅스 앞에 피규어를 받기 위한 긴 줄이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정된 물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다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겁니다. '굿즈, 그거 다 마케팅이야'라고는 하지만 내심 한정판 굿즈 하나쯤 갖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된다면, 코로나19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유념했으면 합니다. 피규어보다는 생명이, 건강이 우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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