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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란'은 없다…스타벅스의 '조용한 연말'

  • 2022.12.09(금) 06:50

스타벅스 연말 'e-프리퀀시' 행사 시작
예년과 달리 큰 이슈 없이 진행 중
플래너 종류 줄이고 예약제 도입해

누구에게나 겨울이 찾아왔음을 자각하는 지표가 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첫 눈이 와야 겨울이 왔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창고에 쑤셔넣었던 패딩을 꺼내 먼지를 털며 겨울을 인지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늘 입에 달고 살던 '아아'를 '뜨아'로 바꿀 때가 바로 그때겠죠. 

저에게도 가을과 겨울을 나누는 나름의 신호가 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가 겨울 'e-프리퀀시' 행사를 진행할 때입니다. 올해의 플래너가 공개되고 주변에서 올해는 어떤 컬러가 예쁘다, 어떤 굿즈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나눌 때 말입니다. 스타벅스에 갈 때마다 e-프리퀀시 적립을 하겠냐며 묻는 직원을 볼 때면 '아 이제 겨울이 오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죠. 

이 기준에 따르면, 저에게는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e-프리퀀시 행사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시작된 지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주변에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았다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각종 SNS에 올라와 '올해의 디자인' 투표를 하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매년 인기 컬러의 플래너 쟁탈전이 벌어지던 게 어제 같은데, 올해 연말 분위기는 더없이 차분합니다.

2023년 스타벅스 플래너./사진제공=SCK

업계에서도 스타벅스의 올해 연말 행사 분위기가 예년과 같지 않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굿즈를 퍼뜨리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스타벅스가 분위기를 잡아 줘야 '플래너 스티커' 이벤트가 활기를 띤다며 아쉬워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만 이런 걸까요. 실제로 올해 스타벅스 플래너 행사의 관심도는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트렌드에 e-프리퀀시 행사와 관련된 검색어를 넣어 보면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데요. 2020년과 2021년에는 플래너 출시 직후 그래프가 솟구쳤다가 줄어들고 이후 연말까지 쭉 관심도가 높아집니다. 연말로 가면서 e-프리퀀시 스티커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올해엔 출시 첫 날 지표가 점프한 후 3주 가까이 검색량이 횡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읽혀질 만합니다. 구글 트렌드 역시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최근 5년간 겨울마다 치솟던 그래프의 기울기가 올해엔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였던 스타벅스의 서머 캐리백./사진제공=SCK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는 올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였습니다. 지난 여름 진행한 서머 캐리백 행사의 발암물질 논란 때문이었죠. 지난 3분기 캐리백 환불 관련 일회성 비용만 358억원에 달했습니다. 비용 뿐만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쌓아 왔던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겨울, 스타벅스가 플래너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여름 행사에서 논란이 생긴 만큼 겨울 행사에도 많은 시선이 모일 것을 우려한 거죠. 

하지만 스타벅스는 겨울 e-프리퀀시 행사를 강행하기로 합니다. 단, 이전까지와는 달리 플래너 3종만을 선보인 '소박한' 행사가 됐습니다. 지난 2020년 플래너 4종과 크로스백 3종 등 7종을, 지난해에는 플래너와 휴대용 담요, 아날로그 시계 등 총 9종을 선보인 것과 상반됩니다. 디자인 역시 눈에 띄는 독특한 디자인 대신 클래식한 컬러를 내세웠습니다.

스타벅스는 그간 마니아들의 '굿즈 욕심'을 적절히 활용해 왔습니다. 플래너뿐만 아니라 담요, 시계, 블루투스 스피커, 가방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죠. 원하는 플래너를 받은 후에도 다른 굿즈를 받기 위해 또다시 매장을 찾도록 유도한 겁니다. 반면 올해엔 플래너 3종만 선보이면서 여러 개의 굿즈를 받으려는 소비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여름 '오픈런' 이슈 이후 굿즈 수령 방식을 '선예약 후수령'으로 바꾼 것도 '차분한 겨울'에 한 몫을 했습니다. 굿즈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나 품절·품귀 현상이 사라지면서 스타벅스 굿즈 열풍을 불러 온 '밴드웨건 효과'가 힘을 잃은 거죠. 여러 차례 굿즈로 인한 논란을 겪은 스타벅스가 의도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스타벅스 측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다른 증정품 증정을 자제하고 플래너(다이어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 굿즈 열풍을 알린 '레디백'./사진제공=SCK

일각에서는 잇단 논란에 스타벅스의 지지층인 2030 젊은 층이 떠나가면서 e-프리퀀시 행사 참여도 시들해진 것이란 분석을 내놓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스타벅스 로고가 '매력적인 브랜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스타벅스에 따르면 올해 플래너 물량은 전년 대비 10% 정도 늘어난 수준이라고 합니다. 종류가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적은 물량이 아닙니다. 플래너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전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예년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졌지만, 수면 아래엔 아직도 '스벅 마니아'의 힘이 견고합니다.

한국 스타벅스는 그간 스타벅스 마니아들로부터 전세계 스타벅스 중 가장 훌륭한 굿즈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스타벅스가 굿즈 하나를 유행시키면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벅 굿즈'가 사라진다면 아쉬운 일일 겁니다. 내년 여름에는 스타벅스가 또 한 번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굿즈를 만들어 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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