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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외인주택부지 '불완전판매'…건설업계 볼멘소리

  • 2016.04.08(금) 14:29

'한남더힐'과 맞은편 고급주택단지 건설 가능
지반·층고 등 불확실성…LH '깜깜이 매각' 논란도

"매각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4~5개 건설사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부지 설명회 참석자가 200명도 넘었는데 얼마나 많은 건설사들이 본 입찰에 참여할지, 가격을 얼마나 써낼지가 관건이죠."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현장에서 한남외인주택 부지매각 설명회를 개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담당자의 말이다.

 

재벌가 저택이 즐비한 부촌(富村) 아래에 고급주택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한남동 670-1번지 일원 '외인주택(캠프 니블로 배럭스, NIBLO Barracks)' 부지를 두고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다. 한강과 남산이 가까운데다 한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집값이 3.3㎡ 당 7000만원에 달하는 '한남더힐'과 마주보고 있는 땅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 주택사업 부지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놓치기 아까운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업성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미군 소유 부지였기 지반상태나 토양오염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입찰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LH에 불만도 내비치고 있다.

 

▲ 한남외인주택 부지매각 현장설명회장 입구

 

◇ "알짜배기 땅인 건 분명한데…"

 

매각 예정가 6131억원, 3.3㎡ 당 최소 3339만원짜리 한남외인주택 부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부영주택, 등 대형·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SK D&D 등 증권사와 부동산 개발회사까지 현장 설명회장을 찾았다. 이미 제주도에 진출한 중국 개발업체까지 이 땅을 노리고 있다는 말도 들렸다.

 

설명회 참석자 대부분은 이 부지가 요즘 보기 드문 '알짜배기 노른자 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누가 차지하든 강남·북을 잇는 지점에 브랜드 랜드마크급 고급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며 "홍보 효과까지 더한 가격에 입찰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땅값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방부와 부지 소유권 이전 협의할 때부터 눈여겨 봤는데 예상보다는 비싸게 나왔다"며 "주택경기 흐름과 사업 리스크까지 판단해 가격을 적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 건설사 직원은 지불해야하는 금액 규모가 크다보니 우선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중"이라며 "일각에선 낙찰 금액이 1조원까지 뛸 수 있단 말도 있지만, 의외로 7000억원대 안에서 입찰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설도 나돈다"고 예상했다.

 

한남외인주택 부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해 용적률 200%, 건폐율은 60%가 적용된다. 하지만 고도제한 18m이하가 53.4%30m이하는 43.5%여서 절반 이하의 층고를 7층 이하로 지어야하는 게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상 단점이다.

 
▲ 한남외인부지 매각 현장설명회 현장 모습(사진:LH)

 

◇ "LH 깜깜이 매각"..건설사들 '불만'

 

이 땅을 국방부로부터 이관 받아 매각 작업을 하고 있는 LH는 건설사들의 경쟁을 독려해 매각가격을 가능한 한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입찰 참가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업성 판단은 전적으로 건설사들에게 맡기고 있다.

 

LH측은 매각 공고 당시 "현 상태로 매각이 진행되므로 입찰참가자는 정밀한 현장조사, 공법상 제한사항, 인허가 리스크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리스크에 대해서는 민간 업체들이 자체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일종의 '불완전 판매'가 아니냐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평균분양가가 사상 최고 수준인 3.3㎡당 5000만원은 넘겨야 사업성이 나올 만한 땅인데 정보는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다.

 

리모델링이 가능한지 검토중이라는 D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주택 고층동(15층부)의 경우 고도제한 때문에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것인지 물었는데 LH 쪽에서는 '건설사가 지자체와 협의할 사항'이라고만 했다"며 "사업성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지 지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E 건설사 관계자는 "지하 기름탱크 주변에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거나 땅을 팠을 때 지반에 이상이 있을 경우 추가 사업비가 더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러나 LH는 매각된 뒤 발생하는 문제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불평했다.

 

이창희 LH 미군기지본부 사업기획부장은 매각 예정가가 너무 높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3.3㎡당 4000만원이 넘는 한남동 일대 땅값에 비하면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며 "매각 수익금은 행복주택과 같은 정책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땅값이 비싸긴 하지만 한남동 고급 주택단지는 일반 주택시장과 전혀 다른 시장이어서 주택 수요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땅을 너무 비싸게 샀다가 사업이 지체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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