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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물밑경쟁...하지만 복잡한 속내

  • 2019.05.29(수) 10:08

최적의 입지, 홍보 효과, 연계 수주 등 수주 매력 높아
높은 건폐율, 지분쪼개기, 단일시공 등 부담도 커

‘노른자위 땅’ 한남뉴타운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까.

대형 건설사들이 한남뉴타운의 출발주자인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이하 한남3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물밑경쟁에 한창이다.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한강변에 위치한 한남3구역에 자사 브랜드를 내건 부촌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한남3구역의 입지적인 매력에 부촌이란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관심도는 높지만 높은 건폐율, 지분 쪼개기, 단일 시공, 분양가 통제 등으로 사업자 입장에서 애초 기대했던 수준의 수익성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남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벽면에 부착돼 있는 한남3구역 위치도./채신화 기자

한강변 노른자땅 '깃발 꽂자'

최근 시공능력평가(2018년 기준) 10위권에 속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에 위치한 한남3구역의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다. 빠르면 오는 9~10월 있을 시공사 선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남3구역은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6년여 만인 올해 3월 29일 사업 시행인가를 획득했다. 재개발 사업의 7~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한 한남뉴타운 2~5구역 중 사업 진척이 가장 빠르다.

입지도 매력적인 데다 인근에 각종 개발 호재도 넘쳐난다. 한남뉴타운 중에서 첫 타자라는 점도 건설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3구역 수주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향후 2, 4, 5구역으로의 진입도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건설사들 입장에선 서울 내 상당수의 재개발·재건축이 막히면서 한남3구역을 '귀한 매물'이자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북 부촌, 그것도 한강변에 브랜드를 내걸고 주택을 짓는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규모나 위치 면에서 이만한 사업지가 없기 때문에 건설사 대부분이 눈독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정부, 서울시의 정비 사업 규제로 당분간 재건축‧재개발 수주가 어려운 가운데 마지막 남은 귀한 사업지"라고 했다.

10대 건설사 중 수주 의사를 내비친 곳은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5곳이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나머지 5곳은 ‘지켜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대부분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모로 사업성을 따져보는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건설사들은 연초에 홍보관을 마련하거나 홍보책자를 돌리고, 사업시행 인가 직후엔 조합원 거주지에 방문하는 등 때 이른 수주 경쟁을 벌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어려운 사업복잡한 속내

건설사들은 한남3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양새다. 수주 이후에도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지나친 지분 쪼개기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지분 쪼개기는 한 명이 소유한 다가구주택을 여러 개로 구분 등기할 수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수가 늘어나는데, 조합원 수가 일반분양 가구 수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남3구역의 조합원 수는 3880명으로 전체 분양 가구(4940가구)의 80%에 달한다.

일반분양분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이를 위해선 층수를 더 높이거나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야 한다. 하지만 한남3구역은 서울시의 한강변 층수 규제(25층 이하)를 받는 데다 남산경관 훼손 최소화를 위한 조망 확보 등을 위해 최고 층수 22층 이하로 제한됐다.

건폐율 또한 42.09%로 매우 높아 건물 간 간격을 더 좁히기도 어렵다. 이 경우 '부촌'의 명성에 걸맞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건폐율은 건축물 바닥면적을 땅 면적으로 나눈 비율로 건축물의 밀도를 말한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건폐율이 통상 20%대 안팎이다. 서울 재건축 최대 규모(9510가구) 단지로 동간 거리가 좁다고 지적 받았던 '송파 헬리오시티'의 건폐율도 20%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건폐율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입지 면에선 최고지만 건폐율이 높아 조합원이 기대하는 부촌으로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동간 거리는 건축 높이의 0.8배 이상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용적률을 다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수익성을 높이려면 고급화시켜서 분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대 주택의 가격이 오른 데다 여러 차례 손바뀜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투자금액이 최고 3.3㎡당 1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만족할만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지난해 한남더힐과 함께 최고급아파트를 표방했던 '나인원한남'은 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3.3㎡당 6360만원을 HUG에 제시했지만 HUG에선 이보다 훨씬 낮은 4000만원대를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임대후 분양으로 전환했고, 향후 분양전환가격을 6100만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여러 장벽을 건설사 한 곳이 넘어야 한다는 것도 건설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일부 건설사들에선 컨소시엄 구성을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이 아닌 단일 시공을 원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개발 지역 특유의 지분 쪼개기 현상에 따라 동의서 징구, 보상, 청산, 이주시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평지가 아닌 구릉지인 점도 설계가 쉽지 않아 시공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수주 분위기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앞으로 (보상 과정에서) 감정평가에 따른 갈등, 지분 쪼개기, 분양가 산정 등의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땅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도 숨통이 트일거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결국 다수의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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