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최대어'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시공사 입장에선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한창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할 때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의 특별점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다 개별 홍보도 제한돼 조심스러운 시기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시공사들은 브랜드 리뉴얼, 신규 플랫폼 론칭 등에 나서며 브랜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입찰한 대림산업(아크로 한남 카운티), GS건설(한남자이 더 헤리티지), 현대건설(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등 3개사는 내달 15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시공사는 합동설명회 전 사업에 대한 개별 홍보를 할 수 없다. 한남3구역의 합동설명회는 이달 28일 예정돼 있으나, 정부의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거나 또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시공사들은 일단 주택 브랜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ACRO)'를 20년 만에 리뉴얼하고 주택전시관까지 마련했다.
이 회사는 19일 강남 신사동에 아크로 갤러리를 열고 프레스투어를 진행했으며 이달 21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사전 예약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 컨셉은 'The Only One(디 온니 원)'으로 최고이자 단 하나뿐인 가치로 최상의 삶의 질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상품 개발 전략은 ▲최상의 입지 ▲최상의 품질 ▲선도적 기술 ▲맞춤형 서비스 ▲취향과 안목이 돋보이는 디자인 등으로 세웠다.
새롭게 선보인 주거 평면은 공간활용이 눈에 띄었다. 가장 작은 59㎡타입의 경우 3개의 방을 2개로 줄이고 그만큼 침실, 드레스룸의 공간을 넓혔다. 120㎡타입도 방을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안방에 드레스룸과 세면대를 두 개씩 마련했다.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방의 개수는 줄이면서 공간은 넓히고 천장을 높여 넓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대림산업이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를 한층 더 고급화해 내놓은 시점이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직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남3구역 조합들이 한강변을 조망하는 프리미엄 단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강남에서 입지가 굳건한 아크로 브랜드의 타깃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 것도 비강남권인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3구역을 의식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오은경 대림산업 콘텐츠플래닝팀 차장은 "아크로는 강남권 이미지가 강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수요가 있다"며 "조망, 주거환경, 입지 등에서 최고의 랜드마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오는 21일 자이플랫폼을 론칭하고 기자설명회를 연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요즘 새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비스, 보이스홈 서비스 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AI(인공지능)에 기반한 전용 앱을 출시해 조명, 가스, 난방 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홈서비스를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건설사들이 브랜드네임 변경, 신규 브랜드 출시 등 중대한 사업 이슈가 있을때 기자설명회를 여는 것과 비교하면 GS건설의 이번 설명회 역시 한남3구역 수주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사는 한남3구역 입찰마감 이틀전이었던 지난달 16일에도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 설계안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GS건설은 한남3구역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해 아파트, 테라스하우스, 단독형 주택,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문화 콘셉트가 공존하는 단지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리조트형 통합 커뮤니티, 공원 조경 등도 제시했다.
지난달 23일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조경을 시공하고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과는 금융협약을 체결해 자금조달 계획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은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브랜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대림산업은 선두 경쟁(단독입찰 확약서 먼저 제출 등), GS건설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쟁의 불씨를 당겼다. 현대건설은 입찰보증금 1500억원을 먼저 납부한 것 외엔 눈에 띄는 행보가 없었다. 이번 주만 해도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잇따라 공식 행사를 여는 것과 비교하면 차분한 걸음이다.
다만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TV 광고에 내보내며 존재감을 알렸다. TV광고는 지난 2015년 브랜드 론칭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14일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조경가협회(IFLA)에서 '문화 및 도시경관' 분야 우수상을 수상을 알리면서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에 최고급 디자인의 조경상품을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과 협업해 남산의 소나무와 한강의 물결, 그리고 역사적 문화를 담아내는 최고의 조경 작품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