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를 재입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기존에 입찰한 3개 시공사(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의 '입찰자격 유지'를 전제로 두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입찰 권고를 받아들이되 입찰 무효로 인한 입찰보증금 등의 시공사와의 분쟁을 피하기 위한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결정 이후에도 여러 쟁점이 남아 있어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 '입찰자격 유지'…한시름 놓은 조합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 4일 조합 공식 카페를 통해 재입찰 방침을 밝혔다. 해당 공지 글은 구체적인 방향을 담진 않았지만 조합 내에선 '3개 시공사의 입찰 자격을 유지한 채로 재입찰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입찰 무효와 시공사의 입찰 참여 자격은 별개라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찰 무효와 재입찰을 권고한것이지 시공사를 빼라는(시공사 입찰자격을 박탈하라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다"며 "재입찰 했을때 기존에 입찰했던 시공사들도 참여하게 할지 말지는 조합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의 재량에 맡기면서 결국 기존 시공사들의 재입찰을 터 준 셈이다.
그동안 국토부‧서울시는 한남3구역 조합이 기존에 진행한 입찰을 무효화하고 재입찰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서 '입찰 무효'는 3개 시공사의 입찰 참여 자격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안 등에 따르면 입찰참여 규정을 위반한 시공자는 입찰참여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관련기사☞한남3구역에 '찬물 확~' 수주전 과열 잠재울까
이렇게 되면 조합이 3개 시공사의 입찰보증금 총 4500억원(각각 1500억원)을 몰수해야 하는데, 워낙 큰 금액이라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공사를 새로 물색해야 한다는 점도 조합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급해진 조합은 지난달 28일 정기 총회에서 '수정 입찰'(입찰제안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 제외하고 진행)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번주 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 탄원서 제출 등에 나섰다.
한 조합원은 "평조합원들은 여전히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수정 입찰을 바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재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면 3개 시공사의 입찰 자격을 유지한 채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검찰수사 결과‧과당경쟁 등 여전히 불안요소
그렇다고 조합이 원하는 수준의 속도전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3개 시공사의 참여 자격을 유지한다고 해도 재입찰인 만큼 입찰 제안서를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공고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찰 수사 향배나 재입찰 시 불공정행위 재발 등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한남3구역에 입찰한 3개 시공사들의 입찰제안서에서 20여개의 위법사항(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한남3구역 조합이 이번 입찰을 무효화한다고 해도 해당 수사는 그대로 진행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입찰 한다고 해도 이전에 시공사들이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대해선 검찰수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제안된 사실만으로도 위법하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있어서 수사 의뢰를 한 것이고 의사 표현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수사 기관에서 실효성 문제 등을 판단해 진행하겠지만 종전 입찰 제안서와 재입찰 제안서는 별건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3개 시공사 중 위법으로 판단돼 벌금형 등을 선고받게 된다면, 재입찰 후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라고 해도 자격이 박탈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표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재입찰 시 시공사들이 또다시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하는 거물급 재개발 사업장으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시공사들의 경쟁이 고조된 상태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이 과열될 우려 또한 여전하다. 수사 결과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이 역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서울시 관계자도 "시공사들이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이나 수주전략에 따라 재입찰해도 또 규정에 맞지 않는 특화설계나 혁신설계 등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문제를 삼을 것"이라며 "규정에 맞게 입찰했는지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