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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엔 지금]재건축 판 사람들은 어디로

  • 2016.06.29(수) 05:46

고점 때 산물건 '엑시트'..세금 줄이려 증여도
다가구·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환승'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은퇴한 정근철(가명, 62) 씨는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 2가구를 지난 3~4월 모두 팔았다. 은마는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정 씨가 7년전 이 아파트를 살 때 들인 돈은 각각 9억5000만원, 10억원이었다. 이번에 판 가격은 둘다 11억원 남짓이다. 김 씨는 이 집을 판 돈으로 동작구 인근 24억원 짜리 3층짜리 상가건물을 사기로 했다.

 

인근 단지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가를 매기면서 지난 3~4월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의 거래는 크게 늘었다. 이후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집을 처분한 이들은 "오히려 속이 편하다"고 한다는 게 주변 얘기다. 왜 일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내려놓은 이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 재건축 장기보유자, 전고점 넘자 처분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택 거래량은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작년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이 지역 5월 거래량은 307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088건)과 거의 비슷했다. 한달전 4월보다는 43.4% 늘어났고, 최근 5년(2011~2015년) 같은 달 평균에 비해서는 75.1%나 많았다.
 
하지만 실제 거래는 4월에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 집계는 '신고일'(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 신고) 기준이기 때문에 시차가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계약일 기준)에서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의 거래량을 살펴보면 실제 계약은 4월에 뚜렷이 많았고, 이후 5월부터는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현재(28일 기준)까지 실거래신고된 4월 계약건수가 53건이다. 월별로 작년 5월(62건)이후 가장 많다. 

 

단지 내 M공인 관계자는 "작년 봄에는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자들이 몰리며 거래가 이뤄진 반면, 지난달에는 이젠 팔 때가 됐다고 본 매도자들이 물건을 내놓으면서 거래가 많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대가 종전 최고가를 넘어서면서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장기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실거래가격이 작년 초에 비해 2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전고점을 넘어서자 "이제 손실은 피했다"고 본 재건축 장기 보유자들이 내놓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강남구 소재 지점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은 "주식시장에서 전고점 근처에서 거래량이 터지며 손바꿈이 많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최근 재건축을 내던진 이들 중 상당수는 가격 변동이 심했던 2007~2009년께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입했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 증여나 수익형 부동산 갈아타기 많아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일부 재건축 보유자들은 인근 단지의 고분양가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보유 자산을 조정해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강남 3구의 지난 1~5월 아파트 매매거래 대비 증여거래 비율은 16.6%에 이른다. 이는 전국 평균 5.3%, 서울 평균 4.1%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서초구의 경우 매매 1733건 가운데 증여는 364건으로 매매-증여 비율이 21%로 나타났고, 송파구는 매매와 증여가 각 2202건, 398건으로 18.1%, 강남구는 각각 2432건, 280건으로 11.5%로 집계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추이를 보면 비교적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시기에 증여가 많이 나타난다"며 "강남 3구 역시 재건축 가격 급등세와 맞물려 증여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삽화/유상연 기자 prtsy201@

 

고가의 재건축을 처분한 이들은 고정적인 월세수입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게 대세다. 저금리 시대에 주택 매매차익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려놓고 임대사업에서의 안정적인 수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초동 소재 한 증권사 PB팀장은 "재건축이나 대형아파트 등을 팔고 월세를 놓을 수 있는 다가구·다세대주택 이나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2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리모델링으로 가치를 높여 연 6~7%의 월세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소형 상가건물을 찾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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