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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엔 지금]낯선 자금이 강남 재건축에

  • 2016.06.08(수) 15:14

강남 3구 거주 계약자 비율 50% 무너져
'검증된 상품'에 자금력 갖춘 외지인 유입
"분양시장 불확실성 방증..부메랑 될수도"

요즘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고분양가에도 청약열풍이 부는가 하면 할인분양에도 팔리지 않는 미분양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 부양책으로 주택수요는 부풀었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투자처가 한정적이다보니 '쏠림 현상'만 심해진 것이다. 수급 불균형 양태는 예전과도 사뭇 다르다. 주택시장 주요 이슈를 수급 주체의 변화와 그 움직임을 통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올해 주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은 누가 뭐래도 '강남 재건축'이다. 강남권 재건축은 3.3㎡당 분양가 3000만~4000만원대의 비싼 몸값에도 청약경쟁률이 30대 1을 쉽게 넘을 만큼 인기가 커졌다.

 

최근 분양 단지 계약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종전과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다. 얼마 전만해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 계약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점차 계약자의 거주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낯선' 이들의 유입으로 재건축 시장이 점점 더 달궈지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강남 3구 분양계약자 68% → 48%

 

작년까지만 해도 새로 분양하는 강남권 재건축의 분양계약자 절반 이상은 '그 동네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민이었다. 어느 정도 실거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만한 인근 거주자들이 재건축 아파트 수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말 대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당시 초기 계약자 중 강남 3구 지역 거주자 비율이 68%에 달했다. 아파트 소재지인 서초구 거주자가 41.6%, 이어 강남구가 19.2% 등 순으로 많았다.

 

2015년 8월 SK건설이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대치 SK뷰'의 경우 소재지인 강남구 41% 등 강남 3구 거주자의 비율이 51.3%였다. 연초 GS건설이 분양한 '신반포자이'도 서초구 30%, 강남구 20.3% 등 강남권 거주자가 60.1%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봄부터는 작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3월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강남 3구 거주자 비율이 이례적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 단지 계약자중 강남 3구 거주자는 48%였으며, 그 외 서울 거주자가 35%, 기타 수도권이 12%, 지방 5% 순이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지고, 이어 재건축 단지들이 잇달아 분양에 성공하면서 수요자들의 지역 범위가 넓어졌다"며 "종전에는 높은 분양가가 강남 재건축의 진입장벽이었지만 이제는 타지역 사람들의 고분양가에 대한 경계심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설명했다.

 

 

◇ 외지인 늘어나며 '실수요 < 투자수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강남 3구 외 거주자 계약 비율은 분양 후 입주시기에 가까워질 수록 높아진다는 관측도 있다. 분양 땐 당해지역 우선공급 규정 때문에 서울 계약자들이 많지만 이후 분양권 시장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서울 외 수도권이나 지방 수요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최근 재건축 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사겠다는 외지인 가운데는 작년까지 대구·부산 등지에서 분양권 전매로 차익을 톡톡히 챙기면서 자금력까지 갖춘 전문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게 강남 재건축 단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서초구 반포 K공인 관계자는 "지방 투자자 가운데는 단기 차익 목적이나, '갭 투자' 등을 염두에 둔 투자수요도 많지만 자녀 증여나 상속 용도의 장기적 실수요도 꽤 된다"며 "비싸도 좋으니 값이 떨어지지 않을 분양권을 구해달라는 자산가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은 것을 이용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최근의 투자행태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에 외부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분양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방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 만큼 시장성이 검증된 상품이 드물기 때문에 서울 전역, 지방에서까지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재건축 단지 아파트 2가구를 한 중국인이 시세보다 약 10억원 가까이 비싼 값애 매입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같은 동 11층, 12층 전용면적 244.5㎡  물건이 지난 2~3월 각각 32억원에 중국 자산가에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강남 재건축 투자 관심이 높아지며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까지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투자수요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자칫 경기가 둔화되면 가격 하락의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잠원동 일대 재건축 단지.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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