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주고 산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해 주택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입주 때 집값이 받쳐주지 않으면 분양권을 산 이들은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 차익을 바라고 산 분양권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분양권 전매거래 현황과 이로 인한 앞으로의 시장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작년 분양권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대체로 분양 시장에서 '2급지' 정도로 꼽힌 곳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지난 1~2년 사이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은 곳 가운데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덜한 대도시 변두리 택지지구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주택 분양권 전매거래가 가장 많았던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였다. 서울을 둘러싼 이 지역의 분양권 거래량은 3만9555건으로, 전국 거래량(17만1356건)의 23.1%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이 2만2800건이었고 경남 2만495건, 대구 1만3290건, 서울 1만1045건 등 5개 지자체의 분양권 거래량이 1만건을 상회했다. 이밖에 충남(8187건), 경북(7959건), 인천(7197건) 등도 비교적 거래가 많았다.
이에 비해 분양권 거래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로 1188건뿐이었고, 이어 전북이 3272건, 대전은 3563건 등으로 거래량 하위권에 들었다.
기존주택 매매거래량(105만3069건)과 비교할 때 작년 분양권 거래의 비율은 전국 평균 16.3%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2.5%, 2014년 11.1%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작년 이 비율이 가장 높은 광역 지자체는 세종이었는데, 매매 거래량(4225건) 대비 분양권 거래량(6807건) 비율이 161.1%나 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대구 41%, 경남 35.4%, 울산 28.7%, 충남 24.9%, 부산 23.8% 등 순으로 매매 대비 분양권 거래량 비율이 높았다. 서울의 경우 매매 대비 거래량 비율이 5.2%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는 신규공급 물량이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한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부지역(시·군·구) 가운데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1만861건이 집계된 경남 양산이었다. 양산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양산신도시에 2만4000여가구가 분양됐는데, 부산 지역 분양시장이 호경기를 보이면서 전매제한 기간(1년)을 지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권 거래가 두번째로 많은 곳은 7162건의 경기도 화성시였다. 동탄2신도시 내 분양물량이 수도권에서 비교적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가운데 입지에 따라 2000만~5000만원선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분양권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 분양권 거래량 많은 시·군·구 상위 20개 지역(자료: 한국감정원) |
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면서 신규공급이 늘어난 세종시가 6807건으로 뒤를 이었고,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신규 분양이 많았던 대구 달성군도 6707건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이에 이어서는 경기도 김포시(4485건), 부산 강서구(4320건), 경기 수원시(4289건), 충남 천안시(3733건), 인천 연수구(3417건), 경기 용인시(3149건) 등이 상위에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주택시장 규모나 거래량에 비해 분양권 거래가 많은 곳은 그 만큼 신규 공급물량도 많고, 실수요에 비해 투자수요가 많다고 볼 수 있는 지역"이라며 "입주 때 실수요나 전세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분양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