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수정 제안인 '상표권 12년6개월 독점 사용, 사용료율 0.5%, 해지 불가' 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사용료 지불 주체를 '상표 사용자'로 못박으면서 상표권을 사이에 두고 지연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은 더 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금호산업 이사회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네 번째 이사회를 열어 사용료율과 사용 기간에 대한 채권단 측 제안을 수용하는 내용의 안을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사회 결정은 곧바로 산업은행에도 전달됐다.
다만 금호산업 이사회는 이에 더해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매년 상표 사용료 수취)으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토록 할 것"을 제시했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 상표권자 금호산업이 각자 제시한 요율의 차이(0.3%포인트)를 12년6개월 간 적용한 금액인 847억원을 금호산업에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금호산업이 매년 계약을 갱신체결토록 한 것은 이같은 채권단의 '차액 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표 사용자인 더블스타가 사용료를 직접 내도록 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채권단 조정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당초 더블스타는 사용료율과 관련해 '매출액의 0.2%, 5년+ 15년 추가사용, 3개월 이전 서면 통지로 해지 가능' 등의 조건을 요구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매출액의 0.5%, 20년 의무 사용'을 제시했다. 양측 조건이 엇갈리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양측의 차이만큼은 금호에 보전하겠다는 안을 냈던 것이다.
박 회장 측이 이번에 '채권단 안을 수용한다'면서 조건을 덧붙여 내놓은 안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사용료 지불 주체가 되는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료 차액을 채권단으로부터 지급받게 되면 채권단과 매각가격을 조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 측에 법적 다툼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
채권단은 조만간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 측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경영평가 등급을 'D등급'으로 내렸다.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D'를 받을 경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해임권고를 할 수 있어 현재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보유한 박 회장 측 입장에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