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의 구속으로 부영과 24개 계열사의 경영공백 및 사업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소유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중근 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막강한 권한과 지배력, 그리고 여전히 불투명한 후계구도 등을 고려하면 그룹 내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부영은 재계 16위의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이런 규모와 위상에 걸맞지 않는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지배구조도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이명근 사진기자 |
◇ 빛바랜 부영의 '사랑으로'
이 회장에 씌워진 혐의는 한둘이 아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회령·배임, 임대주택법 위반, 입찰방해, 일감몰아주기 등이다. 이 회장은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임대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1조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부영 계열사 사이의 거래에 부인 명의의 회사를 끼워넣어 100조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매제에게 20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 혐의가 있는가하면 조카가 운영하는 하도급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다른 협력업체에 고가 입찰 압력을 넣은 혐의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에도 회사자금 270억원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부영주식 240만주와 188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주겠다고 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현재까지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는 점도 논란이다.
이 외에도 부영은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에 9만여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부영은 '사랑으로'라는 주택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 이 회장의 혐의와 논란거리를 보면 이런 브랜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신뢰 역시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 후진적인 지배구도 또 '도마위'
이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과 지배구조 전반의 혼란도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국정감사 등의 과정에서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런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역시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영은 자산규모 21조7000억원으로 재계순위 16위의 대기업에 올랐지만 지배구조는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업계에선 "김 회장의 구멍가게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왔다.
24개의 계열사들 중에서 상장사는 단 한곳도 없다. 게다가 이 회장은 부영의 지분 93.79%를 소유하고 있다. 부영은 또 부영주택을 100% 갖고 있고 부영주택이 부영환경산업, 부영유통 등 7개의 계열사를 100% 혹은 100% 가까이 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1인 소유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구조인 셈이다.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횡령, 배임 등의 혐의점들 역시 이런 페쇄적인 지배구조 아래에서 건전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사실상 부재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 회장은 부영, 부영주택 이외에 무려 15개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구조여서 이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사업차질은 불가피하다.
물론 이 회장 이외에도 김시병·최양환·이기홍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 회장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시스템이다. 또 이들 사장은 부영주택 이외에 2~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정도다.
이 회장은 41년생으로 올해 만 77세로 고령인데 비해 후계구도가 여전히 불명확한 점도 기업리스크로 부각된다.
장남인 성훈씨가 부영 지분 1.64%를 갖고 있는 정도이고 부영주택 부사장을 맡고 있다. 차남 성욱씨도 부영주택 전무를 맡고 있지만 아직은 둘다 역할이 미미한다는 평가다. 여전히 후계구도나 지분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