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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남이 좋습니다

  • 2019.05.10(금) 11:13

김현미 장관 "강남이 좋습니까"…주거만족도 강조
집은 주거+재테크 수단 만연…인식의 차이만 확인

김현미 장관님, 저는 강남이 좋습니다.

엊그제 3기 신도시 추가 입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였죠. 이번에 발표한 고양 창흥 등의 입지가 강남 수요를 흡수하기엔 제한적이라는 질문에 장관님은 "강남 수요를 말씀하시는데,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강남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많은 이들이 강남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집값도 오르는 것일 테지요.

왜 그렇게 강남을 좋아하냐고요? 강남은 교육 문화 교통 어느 하나 빠지는게 없습니다. 기업들이 즐비하니 일자리도 풍부하고요. 직주근접이 가능하니 주거지로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요.

'똘똘한 한채'에서 입증됐듯이 집값까지 올라주니 투자 혹은 재테크 수단으로도 이만한 곳은 없습니다. 최근들어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오른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고요. 설사 떨어져도 다시 오를 잠재력 또한 서울의 그 어느 지역보다 큰 것이 사실입니다.

장관님은 주거만족도를 말씀하셨는데요. "특정지역에 살아야만 주거만족도가 높은 나라가 아니라 어디에 살더라도 주거만족도가 높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토부와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이죠.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주거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이 강남이라는 겁니다. 강남과 가깝다는 이유 만으로 집값이 오르는게 현실이고요.

서울 외곽 혹은 수도권에 살면서 지난해 강남과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지켜만 봐야 했던 사람들은 가슴이 쓰라립니다. 허탈하기도 하고요. 아무리 살기 좋은 집에 살고 있더라도 말이죠. 투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집이라면 부족하다고 느끼는게 사실입니다.

주거만족도를 말씀하신 것은 그동안 장관님이 강조하셨던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가치와 일맥상통합니다. 장관님은 "집을 거주공간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17년 8.2대책)고도 하셨고요.

하지만 여전히 인식의 차가 커 보입니다. 사람들은 더이상 집을 거주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미 집이 재테크 수단이 된지는 꽤 됐습니다. 지난 상승장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강남이 뜨더니 한강변을 따라 강남과 가까운 곳들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위례신도시는 늘 뜨거웠지만 올해 서울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와중에도 뜨겁습니다. 이곳은 교통면에서는 썩 좋지 못합니다. 오히려 위례신사선 등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주거만족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깁니다. 강남과 가깝다는 것이 위례가 뜨는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야 송곳같은 정책이 나올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울에 살기를 원하고 또 가급적 강남과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합니다. 서울 외곽에 교통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 집을 대량으로 짓겠다는데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자칫 서울의 희소성만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강남이 좋으냐고 묻기 이전에 정책 수요자들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살고 싶은 곳을 만드는 정책에 더욱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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