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 장세가 한창이던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13 대책 발표 후 급감했던 매매거래가 다시 늘고 있다. 특히 매매거래 증가와 함께 집값도 덩달아 오름세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시행돼도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거래량 자체는 최근의 증가 추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는 없지만 가격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거래량 회복, 집값도 상승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4088건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5.8% 감소했다. 수도권은 3만3335건으로 32.3%, 서울은 1만1779건의 거래가 신고된 것으로 집계돼 38.7%나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은 용산‧여의도 통개발 이슈로 집값이 이상 급등했고, 9.13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거래가 폭발했던 시기다. 실제 작년 9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는 1만9228건으로 양도세 중과를 앞둔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집을 처분했던 지난해 3월(2만4122건) 이후 가장 많았다.
9.13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집값이 하락하자 작년 11월부터 거래량이 급감했다. 이후 올 4월까지 지지부진하던 매매거래는 5월 8077건, 6월에는 8990건으로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였다.
7월 들어서는 1만2256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져 작년 10월 이후 9개월 만에 1만건 이상을 회복했다. 이후 8월과 9월에는 각각 1만3514건, 1만1779건의 거래를 기록하며 매수 심리에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집값 흐름도 거래량과 유사하다. 월간 기준 작년 11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던 서울 집값 변동률은 7월 0.02%로 상승 전환했다. 8월에는 0.03%, 9월은 0.04% 올라 상승폭을 확대했다.
◇ 거래 회복세 지속되기 어려워
집값과 거래량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변수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돼 내달 초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구체적인 적용 지역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시행돼도 현재 오르고 있는 집값을 잡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관리처분인가 단지들은 6개월 동안 상한제 적용을 유예해 당장은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쏟아지겠지만 이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에 반해 주택 매매는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일 대출 문턱을 조금 더 높였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주택시장은 가을 성수기에 접어들었고,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량도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라며 "하지만 갭투자에 대한 대출 규제, 주택 거래현장 단속 등의 영향으로 연말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르고 거래도 늘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2015년 이후 거래가 감소세인데 반해 가격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남은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불안(상승)이 지속되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도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집값이 5년 이상 상승했기에 변곡점을 맞이할 시점이 왔지만 반복되는 규제 정책이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에 매수 대기자들은 늘고 있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실제 거래 건수는 증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