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가 지나도록 수주 곳간(연간 목표액)의 절반도 못 채웠다.
해외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 사업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그 결과 7개 건설사들의 3분기 전체 수주액과 누적 수주액 모두 1년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올해 목표치 달성에 바짝 다가선 곳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두 곳 뿐이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를 중심으로, 대우건설은 주택 수주에 힘을 받아 3분기까지 70% 이상 달성했다.
◇ 곳간 꽉 채운 현대, 뒤따르는 대우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상장 대형 건설사(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의 신규 수주액은 13조71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조9697억원보다 14% 줄었다.
건설사들이 주택 수주에 애를 먹으면서 전체 수주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건축‧주택 부문에서 수주액(3분기 총계)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 공급 과잉이 있었던 데다 주택 경기도 안 좋아서 건축, 토목 쪽으로 수주가 계속 빠지고 있다”며 “해외 역시 경제가 안 좋아 발주가 적고 수익성도 낮아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건설은 3분기 수주액과 누적 수주액 모두 압도적으로 앞섰다.
현대건설의 3분기 수주액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3248억원) 대비 0.4% 감소했지만, 2순위인 GS건설(2조6560억원)보다 두배 이상 앞섰고 누적 수주액도 17조8443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건설은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62.8% 늘어난 3조5000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낸 게 주효했다.
국내에선 다산 진건지구 지식산업센터, 고속국도 김포-파주 제2공구 등 9조233억원을 수주해 전년 동기 대비 50.6% 커졌다. 해외에선 사우디 마잔 프로젝트(패키지 6&12) 등 8조8210억원의 사업을 따내 1년 전보다 49.4% 성장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3분기 만에 연간 수주 목표액(24조1000억원)의 74%를 달성하며 '맏형'으로써의 위용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라크 유정물공급 시설, 카타르 병원 등의 연내 추가 수주가 기대돼 연간 목표액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3분기 실적만으론 1조412억원을 수주해 전년 동기(2조2433억원)의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누적 총액으로 보면 견조하게 연간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7조4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다.
특히 대우건설은 주택건축 부문에서 오히려 신규 수주가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수주액이 5조5802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592억원) 대비 12.5% 증가했다. 주택건축 부문에서의 연간 목표치 달성률은 85.2%에 달한다.
해외수주는 7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123억원) 대비 절반(55.7%)넘게 쪼그라들었다. 다만 나이지리아 NLNG7 수주 시 17억 달러(약 2조원)가 인식돼 올해 계획한 수주액(10조5600억원)과 가까워질 전망이다.
◇ 주택(대림‧현산)도 비주택(삼엔)도 뒷걸음질
GS건설은 3분기 수주액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이 회사의 3분기 신규 수주액은 2조656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50억원) 대비 100.5% 늘었다. 국내 수주액 1조3530억원, 해외 수주액 1조3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191% 증가한 영향이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6조6290억원으로 1년 전(6조6510억원)에 비해 3.3% 줄었다. 건축‧주택 부문의 수주가 3조4400억원으로 1년 전(4조7360억원)보다 27.4%나 감소했다.
결국 3분기 동안 연간 목표치인 13조4700억원의 절반(49.2%)도 채우지 못했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3분기 수주액과 누적 수주액 모두 뒷걸음질 쳤다.
특히 대림산업의 곳간에 찬바람이 불었다. 이 회사는 3분기 수주액이 425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129억원)보다 61.7%나 빠졌다. 주택 수주가 3405억원으로 전년 동기(8170억원) 대비 58.3%, 플랜트 수주가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2778억원) 대비 84.6% 감소해서다.
누적 수주액도 3조620억원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주택 수주가 작년 3조4852억원에서 올해 2조1522억원으로 38.2%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곳간이 비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보릿고개를 이어갔다.
3분기에는 용산 병원부지(4400억원), 청주가경 4차사업(600억원) 등을 수주해 수주액이 9000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1조7000억원)와 비교해서는 47.1%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수주액도 2조37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목표 수주액 미공개)이 6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동안 39.5% 달성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3분기 1조9350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해 전년 동기(2조2340억원)에 비해 곳간이 13.4% 줄어들었다. 누적 기준으로도 4조3930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치(11조7000억원)의 37.5%에 불과했다.
해외 수주에서 좀처럼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삼성물산의 3분기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1조3080억원에서 올해 8450억원, 같은 기간 누적수주액은 3조2450억원에서 1조726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주택 사업이 없는 삼성엔지니어링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수주액 4532억원, 누적 수주액 1조9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73.4% 감소했다. 화공 부문이 2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1% 줄어들며 전체 곳간을 가볍게 했다. 비화공도 1조6884억원 수주에 그쳐 1년 전보다 44.3% 감소했다.
알제리 HMD(17.5억 달러)가 해당국 대선 이슈로 지연되고 미국 PTTG(11억 달러)를 비롯한 다수의 파이프 라인에서의 실질적인 수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연간 목표치(6조6000억원)의 29.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