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대형건설사들도 상장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변변치 못한 지난해 실적을 내놨다.
국내에선 부동산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해외 수주 시장도 팍팍해진 탓이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주택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일수록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건설은 2018년만 해도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으나 2019년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36%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6%대로 주저 앉았다.
반면 라오스댐 사고로 홍역을 앓던 SK건설은 실적이 정상화되고, 한화건설은 신규 주택 브랜드 '포레나'를 등에 업고 순항했다.
◇ 롯데건설, 매출‧영업이익 '동반 하락'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상장 대형 건설사(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한화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등 5곳)의 2019년 연간 매출액은 총 31조6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4% 증가했다.
하지만 '내실 성장'의 지표로 꼽히는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5% 줄어든 총 1조52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18년 5.77%에서 2019년 5.15%로 0.6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롯데건설에 먹구름이 짙게 꼈다.
롯데건설은 비상장 대형건설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감소했다. 2019년 매출액은 5조3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30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3% 줄어 가장 많은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 하락세도 2.48%포인트로 두드러졌다.
주택‧건축 부문이 부진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건축‧주택 부문 매출액은 4조19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특히 주택 부문에서 4084억원 감소했다. 이 회사는 비상장 대형 건설사 중 전체 매출에서 건축‧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율(2019년 기준 79%)이 가장 높은 만큼 주택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18년 실적이 워낙 좋았던 데다 2019년엔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계획했던 분양 물량 2만 가구 중 1만2000가구 정도밖에 실행하지 못했고 굵직한 사업들의 준공이 단기적으로 겹치면서 매출이 떨어졌다"며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원가상승요인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큰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61% 감소한 2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비상장 건설사 가운데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작았다.
포스코건설은 플랜트사업 부문에서 고전했다. 2018년만 해도 플랜트사업의 영업이익이 41억원이었으나 작년엔 638억원 적자가 났다. 필리핀, 이라크 등에서의 해외플랜트 프로젝트 공기지연과 추가원가 등이 반영됐다.
분양 매출도 5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6%나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 건설사 중 영업이익이 4081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전년 실적과 비교하면 10.05% 감소했다.
이 회사는 화공‧전력‧인프라 부문의 매출이 3조3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7% 증가했지만 마찬가지로 건축‧주택 부문은 2조6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0.35% 줄었다. 분양 수익도 올해 1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쪼그라들었다.
◇ 다시 일어선 'SK건설' 분위기 좋은 '한화'
다시 기세를 찾은 곳도 있다.
SK건설은 2018년 7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내 보조댐 붕괴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2018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그러나 1년 만에 부진을 딛고 일어섰다.
SK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2.57% 상승했다. 이는 '라오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연도인 2017년 영업이익(2023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출액도 7조8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35%에서 3.45%로 2.1% 뛰었다. 2017년 수주한 3조7000억원 규모의 '고성 하이 화력 건설공사' 등 대형 사업장의 매출이 잡히기 시작한 영향이라고 SK건설 측은 설명했다.
한화건설도 분위기가 좋다. 이 회사는 2017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팍 발전 등 시운전과 공사지연으로 손실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26억원 적자였다. 그러다 2018년 국내 주택사업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2912억원) 전환했다.
2019년엔 새로운 주거 브랜드인 '포레나'를 론칭하면서 기세가 강해졌다. 지난해 8월 브랜드 론칭 이후 올해 '한화 포레나 부산덕천'까지 5곳 연속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은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한편, 올해는 부동산 규제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등으로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신규분양은 2만408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견본주택이나 조합원 총회 등을 열지 못해 분양이 지연된 탓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분양 성수기인 2분기까지 이어질 경우엔 2020년 분양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장기화될수록 신규 분양과 계약이 지연될 수 있어 건설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