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보릿고개였다. 연초 중동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해외 수주는 약 223억달러(26조4100억원)로 2006년(165억달러) 이후 가장 저조한 숫자에 머물렀다. 국내 주택사업 역시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감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녹록지 않은 수주 환경 속에서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빛을 냈다. 두 건설사는 목표치를 채우고도 남았다. 현대건설은 플랜트를 중심으로, 대우건설은 주택‧건축 부문에서 차곡차곡 일감을 쌓았다.
◇ 압도적 현대건설, 도약 발판 마련한 대우건설
지난해 상장 대형 건설사 수주액은 전년보다 0.6% 감소한 71조6385억원을 기록했다. 수주 환경 어려움 속에서도 전체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신규 수주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4조2521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연 초 설정한 목표치(24조1000억원)를 넘어섰다. 수도권 주요 단지 정비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프로젝트 등 전력‧플랜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사업 부문 신규수주는 4조509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 동안 현대건설 본원 수주 경쟁력을 의심하게 했던 현대엔지니어링 의존도 역시 이전보다 낮아졌다. 2018년의 경우 전체 수주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한 비중은 49%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44% 수준으로 낮아졌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부진한 실적을 보인 대우건설도 수주만큼은 달랐다. 10조9218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내며 목표치를 무난히 채웠다. 주택건축 부문에서 7조2716억원을 수주하며 성장을 주도한 가운데 나이지리아에서 국내 최초로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수주하는 성과도 남겼다.
두 건설사는 올해 수주 목표도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보다 1조원 증가한 25조1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2월 현재까지 카타르와 알제리, 파나마 등에서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수주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대우건설은 작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12조8000억원을 설정했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2021년(13조3000억원)과 2022년(14조원) 목표치까지 공개하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렵지만 현재 시공 중인 사업과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의 성장 청사진을 알려 시장 신뢰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올해는 나아질까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수주에서는 변변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10조700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한 삼성물산 정도만 전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대림산업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수주 실적이 고꾸라졌다.
주택 경기 활황을 제대로 누렸던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수주 성과는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했다. 10조720억원에 머물며 달성률은 74.8%에 불과했고, 전년과 비교해도 23.4% 역성장했다. 올해 수주 목표도 11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조원 가까이 낮춰 잡았다.
대림산업도 다르지 않다. 신규수주는 6조7570억원으로 지난해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다만 올해 수주 목표를 10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늘리면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성과가 올 초로 미뤄지면서 지난해 수주는 7조483억원에 그쳤다. 목표치(6조6000억원)가 보수적이었던 까닭에 초과 달성하기는 했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23.4% 감소했다.
올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목표치를 10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4조원 가까이 확대한 가운데 지난 달에만 4조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수주 잔고는 27조7000억원으로 여유가 있는 수준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약 2조원에 인수하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서 향후 수주 성과에 대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