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한 것일까. 박철희 호반건설 사장, 박상신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이 일찍이 신반포15차 시공사 선정 총회 장소에 등장해 조합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 반면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히 등장했다가 조용히 퇴장했다.
삼성물산이 5년 만에 강남 재건축 단지(신반포15차)를 수주했다. 한동안 주택 사업 수주전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지만 '래미안' 브랜드가 아직 건재함을 드러내며 화려하게 복귀전을 치렀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과 대림산업도 CEO(최고경영자) 등 고위임원이 총출동했지만 고배를 마시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물산은 복귀전에서 승기를 쥐면서 향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도 기세를 이을지 주목된다.
◇ 경쟁사 CEO 총출동에도 삼성물산 압도적 지지
23일 열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총 166명(서면결의 포함) 중 126명(75.9%)이 삼성물산을 택했다.
이어 호반건설이 22표, 대림산업이 18표를 얻어 삼성물산이 압도적으로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신반포15차는 재건축을 해도 641가구 규모로 단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와 붙어 있고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도보권에 위치해 '노른자위 단지'로 손꼽힌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호반건설은 조합원에게 유리한 입찰 제안, 대림산업은 아크로 타운 등을 내세우며 시공사 선정 당일까지도 치열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시공사 선정 총회에 앞서 진행한 2차 합동설명회에선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건설부문), 박철희 호반건설 사장, 박상신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도 등장했다.
합동설명회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호반건설 순으로 20~30분씩 진행됐는데 각 사의 임원들은 설명회에 참여해 인사말을 건넸다. 2차 설명회는 홍보 영상을 트는 자리로 발언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임원들이 등장하며 마지막 '눈도장'을 찍었다.
신반포15차 조합이 총회 장소에 조합원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 건설사 직원도 정해진 인원만 옥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조합은 1시간30분 정도 설명회를 진행한 뒤 오후 3시30분부터 시공사 선정 투표를 시작해 1시간 만에 개표를 완료했다.
삼성물산은 총회가 열린 건물 1층에 미리 준비한 감사 인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다. 통상 시공사 선정 투표가 끝난 뒤엔 선정된 시공사 직원들이 다함께 큰절을 하거나 합동 인사를 하는데, 이날은 코로나19 우려로 단체 인사는 하지 않았다.
◇ '래미안의 화려한 귀환'…신반포15 찍고 반포3주구로?
삼성물산은 5년 만의 복귀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힘인 동시에 주택 브랜드 '래미안'의 힘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선정하는 시공능력평가 1위를 수년째 지키고 있는 데다 '삼성' 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1위 브랜드'인 만큼 강남 등 부촌에서 특히 래미안을 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삼성물산이 지난 2015년 강남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로 정비사업 수주전에 발길을 끊었던 만큼 래미안의 희소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로써 삼성물산의 향후 수주 기상도가 맑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반포15차에서 래미안의 인기가 증명된 만큼 이 기세를 이어 반포3주구 입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날 백종탁 삼성물산 주택총괄 전무는 시공사 선정 결과가 나온 이후 "래미안이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신반포15차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최고 품질과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래미안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