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에 위치해 '노른자위 입지'로 평가받는 반포와 용산에서 재건축 사업이 꿈틀대고 있다.
서초구 반포에선 굵직한 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을 마쳤고 용산에선 11년 만에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단지가 나오며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단지에선 조합 내분이나 인허가 등의 돌발변수 등이 터져나오면서 한강변에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시공사 선정 마친 반포…지금은?
반포지역은 올 상반기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올리다가 곳곳에서 벽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
신반포15차(총 641가구, 단지명 래미안원펜타스)는 지난 4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정비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나 최근 분양 계획이 꼬였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 이주·철거를 마친 상태라 시공사 선정 작업 후 분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마지막날인 7월28일 서초구청에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서를 내면서 상한제 회피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서가 발목을 잡았다. 신반포15차는 기존에 시공 계약을 맺었다가 해지한 대우건설과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이 끝나지 않아 대지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분양보증서 발급에 실패했다. 조합은 일단 분양보증서 없이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했는데, 서초구청이 제시한 기간까지 서류 보완을 하지 못하면서 상한제를 피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8월과 9월 서류 보완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하며 충분한 기간을 줬다"며 "추가 기한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한강변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총 2091가구, 단지명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도 올해 5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단지는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 우섭협상자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문제로 갈등하다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그 여파로 사업이 한동안 지연됐지만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후분양 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서초구청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산정 업무가 지연되고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애초 계획했던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초환 부담금은 지난 23일 역대 최고액인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2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반포3주구보다 앞섰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총 5388가구, 단지명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2017년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조합 내분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단지는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초환을 피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이 관리처분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주가 중단되고 재초환 면제가 무효될 위기에 처했다. 올 하반기 조합장 교체 등이 마무리돼야 산만한 분위기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 용산 재건축, 한강삼익 등도 '잰걸음'
용산은 반포지역에 비해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용산구 내 주택 재건축 사업장은 총 18곳으로 ▲조합설립인가 8곳(한강삼익,왕궁,한강맨션,산호,한양철우,강변강서,풍전,한남시범) ▲추진위원회승인 5곳(신동아,후암1구역,중산시범,이촌동1구역,청화) ▲추진위미구성 4곳(반도,삼호이태원,이촌시범,미주B동) ▲신탁방식 1곳(한성) 등이다.
대부분이 재건축 초기 단계지만 지난 5월 이촌동 한강삼익아파트가 재건축사업 시행인가를 받으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용산에서 사업시행인가 단지가 나온 건 인근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 2009년 재건축) 이후 11년 만이다. 총 329가구로 재건축될 한강삼익아파트는 강북의 대표적인 한강변 단지로 사업 초기 시공사 선정(대림산업)을 해놨기 때문에 2021년 하반기나 2022년 상반기에 이주가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한남동 한남시범아파트가 소규모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20가구의 소규모 단지인 만큼 일대일재건축에 나선다.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는 지난해 임대 55가구를 포함해 공급하는 재건축 도시계획안이 통과된 상태다. 산호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 교통영향평가를 진행 중이고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내년 상반기께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촌동 왕궁아파트도 지난해 공공임대 50가구를 포함해 공급하는 재건축 도시계획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현재 조합장 등 임원이 공석인 상태라 오는 11월 선거를 마친 뒤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원효로4가 풍전아파트는 올 상반기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으나 두 번 유찰돼 현재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반면 난관에 봉착해 한동안 속도를 내기 힘든 곳도 있다.
이촌동 한강맨션은 지난해 건축심의까지 통과했으나 단지 내 놀이터가 암초로 작용하면서 발이 묶였다. 이 부지는 30~40년 전 한강맨션을 최초로 분양받았던 분양자 700여명이 공동명의로 등기돼 있어, 현재 아파트 각 소유주들 명의로 되찾아와야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명의자를 찾기 어려워 소송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강로3가 한양철우는 일반 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안 되고 있는 데다, 철우아파트는 가구수가 적어 인근 단독주택과 용산세무서 자리를 합쳐 종합개발을 해야 하는데 아직 철우아파트만 조합이 설립된 상태라 재건축 추진이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