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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재건축 몸테크' 주저하는 이유

  • 2020.11.13(금) 16:20

40년 이상 노후 단지, 아직 조합설립 못한 곳 수두룩
분양 목전, 분양가 규제에 분양일정도 점점 밀려
"몸테크 아니라 인생테크 될판"…몸테크 포기 고심

'재건축 몸테크, 계속 버텨야 할까요?'

재건축 단지들이 좀처럼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몸테크' 족들의 애가 타고 있다. 준공 4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지만 아직 조합 설립조차 못한 곳이 있는가하면 올해 분양하기로 했다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분양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재건축 단지들도 수두룩하다.

날이 갈수록 재건축 규제가 심해지며 마냥 기다리기도 어려워 상황이 되자 재건축 소유주들은 지금이라도 발을 빼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이명근 기자 qwe123@

◇ 노후 단지들, 얼마나 더 노후해야...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엔 '재건축 몸테크'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몸테크란 '몸+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로 재건축 예정지나 오래된 아파트를 매매하는 부동산 투자를 말한다. 주로 재건축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거나 당장 목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낡고 저렴한 아파트에 살면서 미래의 새 집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특히 서울에선 재건축을 하면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르기 때문에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하지만 정부가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는 동안 재건축 규제가 심화하면서 이전과 같은 '장밋빛 전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2017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부활한 데다 내년부터는 실거주 2년 의무, 안전진단 강화 등도 추가된다.

더군다나 집값 상승세를 주도할만한 주요 단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지 못해 오랜 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영등포구 시범아파트(준공 1971년), 강남구 은마아파트(1979년),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978년) 등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준공 40~50년 단지로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훌쩍 뛰어넘었으나 7부 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시범아파트는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재건축 속도를 내기 위해 2016년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 중 처음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조합설립 불필요)을 채택했다. 2017년엔 안전진단까지 통과했으나 지구단위계획 수립 불발 등으로 표류 상태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원회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조합설립도 못한 상태다. 이 아파트는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49층 설계안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제재로 막혔고, 최근엔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의뢰했다가 소유주들의 반대로 철회한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는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2013년 조합 설립은 했으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후 유일하게 35층이 아닌 50층으로 재건축을 승인 받았다가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 등으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밖에도 준공 34~45년 된 강남구 압구정3구역(구현대 1~7,10,13,14차)은 최근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준공 33~36년 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는 14개 단지 모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지난 9월 목동9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재건축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나머지 단지들도 안전진단 평가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다.

◇ 분양도 밀리고...'몸테크 아닌 인생테크 될판'

'재건축 9부 능선'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코앞에 뒀던 단지들도 규제에 가로막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분양 시점을 미루다가 상한제를 적용 받게 되거나, 그 과정에서 조합 내분이 생겨 분양이 지연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재건축은 총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만 5056가구에 달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부터 분양을 준비해왔지만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다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넘겼고 비대위가 그 책임을 조합에 물으면서 내홍이 생겼다. 결국 지난 8월 기존 조합장과 임원들을 모두 해임,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연내 분양이 물건너갔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도 HUG와의 분양가 씨름으로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시도했다가 지자체의 불허로 좌초했다. 오히려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는 감정평가를 받고 분양을 추진 중이다가 택지비 산정에 진통을 겪으면서 분양이 밀렸다.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재건축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 마지막날인 지난 7월28일 HUG의 분양보증서 없이 서초구청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했다. 하지만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의 영향으로 HUG의 보증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서 분양 일정이 밀렸다. 

재건축 몸테크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엔 "이 시국에 재건축 아파트에서 몸테크 가능할까요?", "00재건축 몸테크 중인데 빠져나와야 할까요?" 등의 문의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심지어 한 수요자는 "이제 재건축은 몸테크가 아닌 인생테크 수준"이라며 현 상황을 비꼬았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 투자 문의가 들어오지 않은지 꽤 됐다"며 "종부세 때문에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부담이고, 그렇다고 계속 가져 가기엔 입주 시점까지 너무 멀고 재초환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규제 기조라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입주까지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 시간을 버틸 능력이 되면 무조건 버티겠지만 내년에 종부세,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지면 몸테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재건축은 죽어야 산다"며 "재건축 시장이 죽어서 규제가 풀리고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 나올 때가 돼서야 재건축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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