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하는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이 롯데건설 품에 안겼다. 첫번째 입찰에 참여했다가 입찰 무효화됐던 현대건설이 '막판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이변은 없었다.
#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투표 결과는 예상대로 삼성물산이 126표를 받아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2·3위는 예상을 깼다. 시평(시공능력평가) 10위인 호반건설이 22표를 받아 시평 3위인 대림산업(18표)을 제쳤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
기존엔 시공사를 선정할때 회사의 시평이나 주택 브랜드 등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엔 입찰제안서나 계약서 등의 입찰 조건을 꼼꼼히 비교해 선택하는 추세다.
이렇듯 조합원들이 똑똑해질수록 수주전의 결과도 점점 더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갈현1구역 조합은 지난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수의계약 대상자로 롯데건설(단지명 '북한산 시그니처 캐슬')을 선정했다. 롯데건설은 총회에 참석한 1769명의 조합원 가운데 1555명(87.9%)의 표를 얻었다.
공사비 규모가 9200억원에 달해 한남3구역과 함께 '거물급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갈현1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32개 동, 4116가구로 조성된다.
조합은 지난해 8월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았다. 첫번째 입찰에선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이 수주전을 벌였는데, 조합이 현대건설의 도면 누락 등을 문제 삼아 입찰을 무효화하면서 재입찰하게 됐다.
하지만 두번째 입찰도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로 유찰(경쟁입찰 조건 미성립)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선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과 3차 경쟁입찰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조합은 사업 지연 등을 막기 위해 올해초 롯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려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총회가 밀리던 와중 현대건설이 재등장했다.
조합을 상대로 입찰자격 박탈 무효 및 입찰보증금(1000억원)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인 현대건설이 조합에 해당 내용을 요구하면서 '재입찰 의사'를 밝힌 것.
현대건설은 조합과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이미 관계가 틀어진 상태였으나 시평2위 상장사인데다 건설사 중 '맏형' 격이라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롯데건설(시평 8위)의 승리였다.
한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계속 입찰 의지를 밝혀 왔고 잔금을 입주 때 내는 '0%, 0%, 100%' 골든타임제 등 조합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전했다.관련기사☞'사업지연 NO'…갈현1구역, 롯데건설과 수의계약
이처럼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입찰 조건'을 비중 있게 지켜보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선정 투표 때는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래미안'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다득표한 곳이 호반건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호반건설은 아직 '강남 재건축' 벽을 넘지 못한 상태인데다 시평 10위권도 지난해 처음으로 진입했다. 이에 비해 대림산업은 시평 3위인데다 '평당 1억원 아파트'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를 시공한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이 대림산업보다 조합원 표 4표를 더 획득한 건 적극적인 입찰 제안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호반건설은 제안에 390억원 규모의 무상품목 제공, 연 0.5%의 사업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 혜택을 제시했다.
이달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여는 반포3주구, 신반포21차 조합원들도 '막판 열공' 중이다. 무엇보다 조합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제시한 시공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반포3주구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신반포21차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맞서고 있다.
반포3주구 조합원들 분위기를 보면 강남인 만큼 시평1위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조합안과 유사한 공사도급계약서를 제출하면서 수시로 판이 바뀌는 분위기다.
신반포21차도 GS건설이 일대 재건축 사업을 이미 선점해 놓은 상태인데다 '자이' 브랜드 경쟁력도 높다. 이에 맞서 포스코건설은 '외상 공사' 등 입찰 조건에 승부수를 두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들이 시공사를 선정했다가도 계약 내용으로 갈등을 겪고 갈라서는 경우가 많고 최근 국토부나 서울시가 주시하고 있어서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며 "입찰제안서나 계약서를 분석해보고 단순히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보다 실제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도 따져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