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이하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주전 초반 분위기는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휘어잡았고, 입찰 제안서가 공개된 직후엔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듯 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5월 30일 예정)이 가까워지자 개별 홍보 의혹 등 각종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판세가 수시로 바뀌어 결과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 초반 치고 나간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와 함께 반포3주구를 '정비사업 복귀무대'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 회사는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 계열사' 등의 기업 가치를 내세우며 정비사업 수주를 활발히 하다가 2015년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손을 뗐다.
이후 한남3구역이나 갈현1구역 등 '공룡급 재개발' 사업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올해 2월 반포3주구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입찰보증금(현금)을 가장 먼저 납부하는 등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신반포15차에도 입찰해 대림산업과 호반건설을 꺾고 5년 만의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래미안의 저력'이 확인되자 반포3주구 조합원들도 한층 더 삼성물산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삼성물산은 이미 강남에서 '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를 줄줄이 선점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반포3주구(단지명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까지 수주하면 1만3000여 가구의 '래미안 타운'을 형성할 수 있다.
경쟁사인 대우건설이 '승부수'로 내놨던 일반분양분 리츠 매각 방식이 서울시의 벽에 부딪힌 것도 삼성물산 입장에선 희소식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일반분양분 600가구(추정)를 리츠 매각해 조합원에게 주식으로 돌려주고 해당 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이에 대해 "청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불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대우건설, 입찰제안서로 뒤집기
이런 분위기는 지난 4월 28일 두 시공사의 입찰제안서가 공개되면서 반전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단지명 '트릴리언트 반포')은 조합에 유리한 '조합안'을 대부분 따른 반면 삼성물산은 여러 부분 첨삭하며 제안 내용을 보수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삼성물산이 품에 안은 신반포15차가 당초 대우건설과 계약했던 사업장인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에서 설욕(?)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입찰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포3주구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공사도급계약서 비교표(조합안-대우건설-삼성물산)에서 '공사의 범위' 부분을 보면 대우건설은 조합안 대부분을 이행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매립폐기물 및 문화재 발생 시 처리비용,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 등을 제외키로 했다.
'공사기간'은 대우건설은 조합이 착공신고한 날로부터 38개월(착공기준일 2022년 3월까지), 삼성물산은 실착공일로부터 34개월(착공기준일 2021년 5월 15일까지)로 잡았다.
양사 모두 착공기준일까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도록 했다. 기간연장이 될 경우도 계약금액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있을때만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조치도 대우건설은 ‘시공사 부담’으로 제안했지만 삼성물산은 '제20조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했다.
공사비 산정기준일보다 실착공일이 늦어질 경우에도 대우건설은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와 중 변동률이 낮은 것을 적용해 공사금액을 조정키로 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건설공사비지수보다 지수가 높은 '실적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변동률이 낮은 것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반포3주구 한 조합원은 "삼성물산의 계약서는 온통 빨간 글씨(조합안 첨삭 표시)"라며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포3주구 조합원들은 입찰 제안서를 꼼꼼히 뜯어보고 실제 이행 여부 등을 가늠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반포3주구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서울시가 여러차례 시공사와 조합에 공문을 보내는 등 경고의 메시지를 내면서 조합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포3주구는 서울시가 지난 2월 지정한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이기도 하다.
반포3주구 한 조합원은 "자꾸 이런 식으로 관심을 받다가 한남3구역 사태처럼 부작용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