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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앞세운 삼성물산 '싹쓸이'…긴장하는 경쟁자들

  • 2020.06.02(화) 16:30

5년만에 복귀, 신반포15‧반포3 연달아 수주
다음 사업지는 흑석9구역 전망도 나와

그야말로 '싹쓸이'다.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전에 복귀한 직후 서초구 신반포15차,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연달아 품에 안았다.

강남 알짜배기 재건축인데다 함께 경쟁한 시공사들의 입찰 조건이 쟁쟁했다는 점에서 '래미안의 귀환'이 정비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상반기에만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원을 넘긴 삼성물산의 본격 등판에 시공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30일 열린 반포3주구 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대우건설을 69표차로 제치고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투표 결과 발표 후 삼성물산 직원들이 '래미안'을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채신화 기자

◇ '실전은 기세야' 승승장구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지난 4월 23일 신반포15차, 5월 30일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맡을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를 수주하고 그 해 12월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에 패한 뒤 자취를 감추면서 '주택사업 철수' 등 소문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 올해 1월 신반포15차(공사비 2400억원) 현장설명회에 참여하고 3월 조합에 입찰보증금과 제안서를 가장 먼저 제출하며 공식적인 정비사업 복귀전을 알렸다. 

당시 경쟁 상대는 강남에 '평당 1억원'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를 재건축한 대림산업과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첫 발을 들인 호반건설.

특히 호반건설이 '역마진'을 감안하면서도 사업비 대여금리 연 0.5% 제안 등으로 경쟁에 불을 붙이며 판세가 기우는듯 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득표율(75.9%)로 삼성물산이 승전고를 울렸다. 5년만의 복귀에도 '래미안의 힘'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승리의 기세는 반포3주구(8087억원)까지 미쳤다. 

반포3주구는 대우건설과 경합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대우건설이 업계 최초로 '리츠 분양' 방식을 제시하고 조합안을 대부분 따른 공사도급계약서를 제시하자 조합원들의 표심도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크고 작은 이슈도 많았다. 시공사들끼리 비방전을 하거나 고소 등 싸움이 커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 당일까지도 양사 직원들간 시비가 자주 붙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꾸준히 '클린 수주', '실행 가능한 입찰제안' 등을 강조했고 그 결과 '박빙'(69표 차이)으로 반포3주구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강남의 핵심 입지인 반포동에서만 ▲래미안 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2444가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2982가구)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641가구)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반포3주구 재건축, 2091가구) 등 '래미안 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 '래미안 수주지도' 관심

앞으로 삼성물산이 수주 지도를 어느 쪽으로 뻗을 지도 관심사다.

정비업계에선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이 삼성물산의 다음 수주 목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흑석9구역은 2018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조건 미이행 등을 이유로 지난달 30일 조합 정기총회에서 시공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 조합은 7월쯤 새 집행부를 꾸리고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흑석9구역은 공사비 4400억원 규모로 아파트 1538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상태라 새로 선정된 시공사가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흑석9구역 입찰은)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업지 수주 참여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흑석9구역 조합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기대감이 나오는 모습이다. 조합 커뮤니티 등에는 삼성물산의 참여를 환영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돼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의 '래미안'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워낙 '삼성' 이미지도 강하고 강남에 아파트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시공사들이 정비사업을 수주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삼성물산이 최근 수주한 곳이 모두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한 곳이라는 점은 과제로 보인다. 

신반포15차는 대우건설, 반포3주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시공사를 선정한 곳으로 아직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 등을 제기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반포3주구 조합에 입찰보증금 반환 소송 등을 건 상태다. 

이에 삼성물산은 조합들에 "(기존 시공사와의 소송전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향후 갈등 양상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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