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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0㎞/h서 발 떼야 하나 했던 찰나…구원의 '경보음'

  • 2025.12.08(월) 06:36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체험해 보니
급가속·4500RPM 초과 시 동력 차단
2029년 신차 의무화…기존 차량 향후 검토

브레이크 대신 가속(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높아지는 속도는 불안과 공포를 불렀다. 3초쯤 지나 시속 100㎞를 넘고, 코스 종점이 눈앞에 보였다.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삐' 소리와 함께 치솟던 속도는 떨어졌다. 

만약 이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있던 거라면? 오조작 방지 장치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식은땀이 절로 난 순간이었다.

오조작이 아닌 '급발진'은 애초에 없었던 걸까? 제동·가속 페달 오인으로 인한 사고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2029년 이후 출시된 신차부터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사업 단계로 향후 국토교통부 등 인증까지 마칠 경우 기존 출고 차량에도 설치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에 대해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준희 기자 kjun@

헷갈린 액셀…오조작 '원천 차단'

지난 4일 찾은 경기 화성시 송산면 소재 한국교통안전공단(TS)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 장치는 차량 속도와 분당회전수(RPM) 값을 확인해 비정상적 상황으로 규정된 특정 조건에 해당할 경우 가속을 억제한다.

작동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차 또는 시속 15㎞ 이하 주행 상황에서 빠르고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급가속을 억제한다. 일정한 비율로 속도가 올라갔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또 다른 조건은 주행 중 RPM이 4500을 넘을 경우다. 급가속으로 판단해 이를 제한한다.

장치는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를 감안해 1분간 일시정지할 수 있는 버튼이 함께 마련돼 있다. 아울러 전국 도로에 있는 과속 위반 단속 카메라 좌표값을 반영해 해당 구역 진입 시 제한 속도 이상 가속을 막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이 장치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특례가 부여된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7월 1차 사업, 8~11월 2차 사업을 거쳐 지난달부터 내년까지 3차 사업을 진행한다. 서울 등 7개 특·광역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730대를 지급해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관련기사:'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고령운전자 730명에 무상으로(11월24일)

차량 대시보드 위에 부착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단말기./사진=김준희 기자 kjun@

부드럽게 밟아 올릴 땐 '잠잠'…급가속하니 '삐'

연구원 내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주행 시험장에서 해당 장치가 부착된 시범차량에 탑승해 실제 작동 상황을 시험해봤다. 대시보드 위에 설치된 단말기에서 파란 불이 점등되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체험 코스는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내 직선제동코스에서 진행됐다. 직선거리 200~300m가량을 달리다 제동하는 코스다.

1차 시도, 약 50m를 지나면서 평상시 주행에서 조금 더 가속하는 느낌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가속한 지 약 2~3초 이후에도 제어 장치가 개입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비정상적 상황으로 인식할 경우 단말기에서 빨간 불이 깜박이면서 경보가 울려야 하지만 이 또한 반응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가속 상황으로 인식해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해야 했다.

다행히 2차 시도 기회를 얻어 재도전했다. 동승자가 있어 다소 얌전했던 1차 시도와 달리 두 번째 도전에서는 침 한 번 삼키고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세게 밟았다. RPM이 4500을 넘고 시속 100㎞가 육박하자 '삐' 소리가 울리며 가속이 풀렸다.

액셀 페달을 그대로 밟고 있었으나 RPM과 속도가 서서히 떨어졌다. 차량을 제동하는 느낌보다는 동력을 끊어주는 느낌이 강했다. 감속에 따른 반동도 크지 않았다.

만약 실제로 페달을 오인해 밟은 상황이었다면 브레이크에 대한 반응이 늦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오조작 방지 장치가 비정상 상황 인지 시 동력을 차단함으로써 페달 오인으로 인한 돌발 상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어 보였다.

최재혁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급가속 상황 인식 시 차량에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차량이 멈추게 된다"며 "차량의 가속 페달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부착한 차량이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급가속을 인식해 가속이 제한됐다./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TS) 제공

2029년 이후 신차 의무 설치

최근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제동·가속 페달을 잘못 인식해 발생하는 사고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TS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에 따른 사망사고는 2021년 709명(24.3%)에서 △2022년 735명(26.9%) △2023년 745명(29.2%) △2024년 761명(30.2%)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사고를 막고자 도입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시범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1차 실증사업 당시 3개월간 장치를 설치한 차량 운전자 141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페달 오조작(급가속)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71회 발생해 이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치는 승용차 기준 오는 2029년 1월 1일 이후 출고되는 신차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오는 23일까지 입법예고됐다.▷관련기사:급가속 제한장치 무조건 단다…'급발진' 미스터리 해소(10월23일)

다만 기존 차량 부착 가능 시기 및 의무화 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임동욱 TS 모빌리티교통안전본부 교통안전처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 단계이기 때문에 일반에 출시되기까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절차를 거쳐 튜닝 혹은 애프터 마켓 제품으로 인증될 경우 이에 따른 장착 방법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버스 내 장착된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 운전자 표정·동작 등을 인식해 위험 상황 판단 시 경고 메시지를 알린다./사진=김준희 기자 kjun@

운전자 졸음·보행자 위험도 'AI가 판단해요'

이날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는 운전자 시선이나 행동, 외부 상황 등을 인식해 위험 상황을 알리는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 및 사각지대 방지 장치도 체험할 수 있었다. 차량 내부 운전자를 비추는 카메라와 외부 전면 및 측후방에 부착된 카메라가 도로 및 운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험 인식 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실제 운전자가 정면을 주시하지 않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경우,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경우 등을 내부 카메라가 인식해 '전방을 주시해 주세요', '운전에 집중해 주세요' 등 경고를 보냈다. 주행 중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에도 외부 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운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버스 및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수정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현재 공단에서 컨설팅을 통해 시스템을 계속 확대 적용하는 추세"라며 "비용 대비 효과를 잘 도출한다면 운수회사 입장에서도 효율적이어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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