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발진 현상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이며 운전자가 밟고 있는 것은 가속페달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급발진 논쟁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다. 운전자들은 급발진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오인해 일어난 사고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급발진 주장의 95~99%는 페달 오조작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급발진과 교통사고 조사관으로 16년간 근무한 뒤 대전보건대학교 경찰과학수사학과로 자리를 옮긴 박성지 교수는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멈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에서도 최근 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지난 5년간(2020년~2024년 6월)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조사했는데 모두 '페달 오조작'이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기간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된 건 총 364건, 차량 파손으로 분석이 불가했던 42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321건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었음이 확인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무조건 정차한다"는 뜻을 함께 했다. 이 교수는 이어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출력과 상관이 없다"고도 말했다.
최근 페달 오조작을 뒷받침할 영상이 공개돼 화제였다.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차량 내 페달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했는데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여섯차례 밟았다 떼기를 반복했다. 앞서 사고 차량 운전자가 "몇 번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먹통이었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였다. ▷관련기사: '급발진 주장' 사고차 블랙박스 보니…가속페달만 수차례
전문가들은 급발진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브레이크'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두발로 브레이크를 꽉 밟아야 한다"면서 "오른발이 가속페달에 있어도 왼발이 브레이크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페달 블랙박스보다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가 더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도 이날 나왔다. 실제 일본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달고 시범운영했는데 사고 빈도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원주한라대학교 최영석 교수는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