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사태 이후 한동안 '점잖아진' 재건축 수주전에서 다시 파격적인 제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처럼 '선을 넘는' 제안은 아니지만 리츠 매각, 사업비 대여 이자 혜택 등 다소 아슬아슬해 보이는 제안들이 눈에 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나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있어서 해석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했거나(신반포15차) 입찰 마감 한(반포3주구,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에서 나온 제안들이 실제 사업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feat.삼성물산)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23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 호반건설, 대림산업 중 입찰한 3사 중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삼성물산의 입찰 제안서 중 '설계' 면에선 '혁신 설계'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대안설계 관련 지침을 마련해 정비사업 시행계획의 원안 설계를 변경하는 대안 설계를 제시할 때 '경미한 변경'만 허용키로 했다. 가구 수, 층수, 동수 변경이나 바닥면적 합계의 50㎡ 이상 변경 등은 혁신 설계(특화 설계)에 속한다.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에서 돌출형 발코니, 방음제 두께 상향, 커튼월룩 위치 변경 등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구당 방음제 두께를 40mm씩 높여버리면 전체 단지의 높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돌출형 발코니나 커튼월룩도 서울시가 제재하는 혁신설계에 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발코니를 없애는 대신 내부 확장형으로 하는 곳이 많아서 오히려 돌출형 디자인 개선은 권장하고 있다"며 "나머지 부분도 경미한 변경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eat.대우건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입찰제안서에서 등장한 '리츠 매각'은 현실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일반분양 600가구(예상)를 분양하는 대신 상장 리츠에 현물 매각해 조합원들에게 주식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제시했다.관련기사☞반포3에 등장한 '재건축 리츠'…과연 출구일까?
일반분양분은 임대 주택으로 공급하고 주식은 일반에도 오픈해 조합원 입장에선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정부가 권하는 임대주택 공급이나 간접투자 활성화 등을 노릴 수 있다는게 대우건설 측 입장이었다.
'주택공급에관한규칙'에 따르면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조합원에게 공급한 주택의 잔여분을 일반에 공급할 수 있는데, 일반분양분을 리츠에 현물 출자하면 해당 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조합이 인허가 변경을 통해 '리츠에 현물 출자하는 내용'을 정비계획에 반영하면 재건축 리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불허' 입장을 밝히면서 실행이 어려워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임대특별법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는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 안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분양분을 임대로 돌리는 내용은 정비계획변경을 해줘야 하는데 서울시는 그럴 용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반분양은 선의의 청약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번 리츠 방식은 청약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feat.포스코건설)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에선 금융부담 '0'(제로) 제안이 나왔다. 포스코건설은 후분양을 제안하면서 일종의 '외상 공사' 방식을 제시했다.
통상 후분양은 공정률 70% 이상일 때 분양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발생한다. 이 때 조합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비를 조달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이자를 부담하게 되고, 이 부담은 입주 시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간다.
포스코건설은 자체보유자금으로 골조공사 완료시까지 공사를 수행하고 그 이후 일반분양해 공사비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은 입주 때까지 중도금이나 공사비 대출이자 부담이 없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후분양 시 시세 상승으로 평당 단가가 높아지면 조합원 입장에선 공사비로 인한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거나 오히려 환급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포스코건설이 조합에 금리 혜택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시 금융비용이 발생하면 시공사가 신용보증에 같이 들어가서 시공사의 금리로 대여 받지만 대여 하는건 사업 주체인 조합"이라며 "보증할 때 이자 비용을 조합에서 부담하는 게 맞고 그게 국토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에서 제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에 대한 시공사들의 입찰 제안서에서 사업비‧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금융이자 대납에 따른 이자 포함)을 '재산상의 이익 제공'(도정법 제132조)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비 대여 등의 금리는 시중금리에 준해서 하게끔 돼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좀더 검토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