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5년 만의 복귀전 시작부터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로 조합원 166명(서면결의 포함) 중 126명이 래미안(삼성물산)을 선택하며 75.9%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죠.
아크로리버파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대림산업, 막강한 자금력으로 파격적인 입찰제안서를 만들었던 호반건설도 경쟁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반포는 정말 래미안이 접수하는 것일까요.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새 아파트로 재탄생하고 있는 반포는 강남에서도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포 본동은 한강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니라 역세권 입지로 알짜 재건축 단지가 많은데요. 이 때문에 쟁쟁한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죠.
래미안은 이 지역에서 이미 강자로 통합니다.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래미안 퍼스티지를 공급했고,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시공권도 확보한 상태이죠.
여기에 신반포15차까지 확보했습니다. 이 단지는 당초 대우건설이 2017년 9월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입찰 제안 등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안건을 통과(2019년 12월)시켰는데요.
이 때 다수의 조합원들이 새로운 시공사로 삼성물산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에 솔깃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후 실제 삼성물산이 입찰에 참여했고, 조합원들의 마음은 사실상 래미안으로 상당 부분 기울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 초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해본 결과, 래미안이 여전히 1등 이었다"며 "그 동안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조합원들은 늘 래미안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삼성물산도 5년 만에 복귀하는 만큼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명)를 앞세워 AI 시스템과 로봇이 안내하는 커뮤니티 시설, 래미안 만의 조경 디자인 등을 통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적극 나서기도 했고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는데요. 정비업계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조합과 협의를 거쳐 분양 홍보관을 운영하기로 했는데요. 신반포15차는 이미 이주와 철거가 끝나 시공사만 선정하면 바로 (일반)분양에 돌입할 수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경쟁사와 달리 홍보관 운영에 반대했고, 조합 역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며 결국 홍보관 운영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정비업계 관계자는 "5년 만에 삼성물산이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반포15차 조합원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며 "이미 선정된 시공사를 취소하고 새로 진행하는 만큼 래미안에 대한 선호도는 더 컸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시공사를 선정하는 총회 이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삼성물산으로 기울었던 셈이죠.
정치권에선 특정 진영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현재 반포 일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이런 표현을 빗댈 수 있을 듯 합니다.
공교롭게도 신반포15차 전‧현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바로 인근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포에서 삼성물산이 또 한 번 시공권을 따내 그야말로 래미안 타운을 만들지, 아니면 대우건설이 다시 한 번 깃발을 꽂아 설욕할 수 있을지 정비업계 관심이 다시 반포를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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