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타임 선택제, 준공후 분양, 리츠 매각….'
반포동 재건축 단지를 품에 안으려는 시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사업방식과 조건들이 제시돼 관심이 쏠린다.
조합원들이 분양가에 민감한 상황이어서 선분양의 틀에서 벗어나 분양가 규제를 피하거나 상대적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조합도 다양해진 선택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며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리츠 매각 방식 등 상한제 회피 움직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신반포15차,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사업비도 관건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 중인 삼성물산, 호반건설, 대림산업 등 3개 시공사는 선분양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
이달 철거까지 마친 상황이라 7월 말로 연장된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내 입주자 모집공고가 가능하다. 다만 조합과 협의 하에 후분양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이다.
호반건설(단지명 '신반포 호반써밋')이 '분양 시기(피크타임) 선택제'로 선택의 폭을 넓힌 안을 제시했다. 조합원들이 공사비나 사업조건 변경 없이 선분양과 후분양 중 유리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 "역마진을 감수하겠다"며 사업 비용도 적극 제시했다. 경쟁사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열세인 만큼 공격적인 '조건'으로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총 공사비는 2513억원으로 사업비 대여 한도가 없고 연 금리 0.5%로 고정하며 390억원의 무상품목도 포함시켰다. 다만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 책정이나 무상품목 등은 향후 도정법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물산(단지명 '래미안 원 펜타스')은 시공사로 선정되면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시점이 기존 상한제 유예기간 종료(4월 말)를 앞두고 있을 때라 선분양을 전제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다만 후분양까지 고려해 총 공사비는 2523억원으로 책정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선분양으로 제시한 것은 당시 상한제 적용이 긴박한 때라 그 전에 분양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라며 "이후 조합의 선택에 따라 후분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비 대여는 시공사 직접 대여로 2230억원 한도로 연 1.9% 금리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림산업(단지명 '아크로 하이드원')도 선분양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조합과 분양시기, 분양방법을 협의하겠다며 후분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분양을 기준으로 제안했다"면서도 "상한제를 피하더라도 HUG 규제가 있기 때문에 조합이 후분양을 원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3사 중 사업 비용을 가장 낮게 책정했다. 총 공사비 2283억원, 사업비 대여도 1584억원 한도로 가장 낮다. 사업비 대여 조건도 올해 3월 5일 기준 CD금리에 1.5%를 더하거나(이 경우 연 2.9%) 금융기관 실제 조달금리 중 낮은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 반포3주구, 후분양 혹은 새 '리츠' 방식도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선 반포동 재건축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반포3주구에선 선분양 방식은 이미 논외다.
반포3주구는 이주 전으로 이주 기간만 통상 8개월 안팎으로 소요될 것으로 보여 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반포15차에서 시공사들이 사업비 조건 등으로 차별화를 한 것과 달리 비용 보다는 사업 방식에서 ‘승부수’를 뒀다.
삼성물산은 준공 후분양, 대우건설은 리츠 방식을 제안했다.
대우건설(단지명 '트릴리언트 반포')은 국내 정비 업계에선 처음으로 '리츠' 방식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관련기사☞반포3에 등장한 '재건축 리츠'…과연 출구일까?
조합이 일반분양분 600가구(추산)를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현물 출자(감정평가금액)해서 리츠에 제공하면 주식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일반분양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라 분양가 규제는 피하면서도 조합원 입장에선 리츠 운영 수익을 얻거나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어 이득이다. 사업비 대여 조건도 고정금리 연 0.9%로 삼성물산보다 파격적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리츠 임대는 정비계획 변경 없이 불가하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시사해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상한제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기 위해 리츠 사업을 제안했던 것"이라며 "선분양, 후분양도 함께 제시했고 후분양 때도 똑같은 사업 조건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단지명 '구반포 프레스티지')은 후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업비 대여 조건은 회사채(AA+,3년) 기준금리에 0.25%를 가산해 1% 후반대로 예상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시지가 상승률을 따지면 후분양이 조합원들에게 유리하다"며 "공사비에 사업비 등을 포함하면 후분양 시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공사비(8087억원)의 세 배 정도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높다는 장점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반포3주구 조합원들은 시공사들의 입찰 내용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열공'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한 조합원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제안서에 포함됐다고 해도 시공사 선정 이후 그 내용이 계약서에 100% 반영되는게 아닌듯 하다"며 "시공사들이 제안한 내용을 공부해서 우리 단지에 유리한지, 실제 적용될 수 있을지 신중히 분석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