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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얼마면 돼!'…전세시장에 나온 '위로금'

  • 2020.11.06(금) 13:30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임대차시장 ‘버티기vs내보내기’ 한창
퇴거위로금부터 이면계약·깔세 등 꼼수…커지는 불안감

'퇴거위로금'

임대차 시장에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2+2년)을 쓰지 않고 나가는 세입자에게 위로금이나 이사비조로 주는 비용을 말하는데요. 일종의 '꼼수'죠.

최근 들어 이같은 꼼수가 점점 더 만연해지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요. 도무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임대차시장은 언제쯤 안정될 수 있을까요.

퇴거위로금, 경제수장도 줬는데…
(feat.주고받을때 세금비용까지 계산해야)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퇴거위로금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보증금을 최고 5%밖에 올리지 못하니까 계약갱신을 꺼리는데요.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막으려면 집주인이 '실거주'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때 실거주가 어려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대신 위로금이나 이사비 명목으로 주는 돈이 퇴거위로금입니다.

이는 지난 7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후 등장했는데요. 사실상 편법이라 보통은 암암리에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다가 최근 들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2000만원)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요. 홍 부총리는 정부의 고위공직자 다주택소유 금지 방침에 따라 소유한 주택을 팔아야 했는데, 해당 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자 주택 처분을 위해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줘서 내보냈습니다.

임대차법 등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경제 수장이 그 정책을 행사하지 못하게 편법을 쓴 셈이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홍남기 부총리님의 퇴거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하고 국회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으며 논란이 됐는데요.

임대차시장의 혼란도 더 커졌습니다. 임대인들 사이에선 "경제 수장이 선례를 남겼으니 퇴거위로금이 일반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 우려가 금방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세입자들이 먼저 집주인에게 이사비나 정신적 위로금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요. 집주인이 먼저 비용을 제시하면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거의 관행처럼 자리잡을 지경인데요. 편법인 데다 탈세 우려가 높아 향후 분쟁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퇴거위로금은 기타소득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는 사람은 지급액의 22%를 원천징수할 의무가 있고 받는 사람은 소득세로 신고하는 게 원칙"이라며 "세금 신고를 하지 않으면 탈세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래 세금으로 신고해야 되는 비용인데 잘 모르는 분들도 많고 숨기는 분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임대차3법으로 소송이나 분쟁이 많아져 그 과정에서 재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중에 탈세 신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점점 커지는 불안감
(feat.임대차법 꼼수 천태만상)

이 외에도 새 임대차법을 피하기 위한 여러 꼼수 대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월세상한제로 보증금 인상에 제동이 걸리자 정식 계약서엔 법정 상한인 5%만 올리고 이면 계약서엔 추가로 비용을 받는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고요. 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받는 '깔세'를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증여한 뒤 자녀가 실거주한다며 세입자에게 새 집을 알아보도록 한 뒤 증여세 유예기간인 4개월 내에 증여를 취소하는 '편법 증여' 방법도 있고요. 

이런 꼼수는 임대인들끼리 공유하거나 부동산, 세무사 등으로부터 '팁'으로 얻어온다고 하는데요. 임대차2법이 시행된지 약 석달만에도 이런데 앞으로는 어떨까요. 

당장은 '갑'에서 '을'로 전락한 집주인들의 볼멘 소리가 높은데요.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큽니다. 이미 다양한 편법이 공유되고 있는 데다 당장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버틴다고 해도 앞으로가 문제거든요. 전세 매물이 귀해지니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으니까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로 전주 대비 0.02%포인트 올라 70주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고요.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5억원을 넘겼던 8월(5억1011만원)과 비교해 3756만원(7.5%) 올랐습니다. 지난 7월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8~10월 3개월간 상승률(7.5%)이 2년 상승률(16.3%)의 절반에 육박한 수준이죠.

전망도 어둡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21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집값은 0.5% 하락할거라고 봤는데요. 전셋값은 전세 품귀 현상으로 올해(4.4%)보다 확대된 5.0% 상승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정부가 준비 중이라는 전세대책도 큰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시장에서 나오는 퇴거위로금, 이면계약 등의 왜곡을 막으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전세대책은 기껏해야 금융지원 정도인데 그것만으로 시장의 불안을 잡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 임대차법 도입으로 기존 세입자가 주저 앉고 집주인은 계획에도 없는 입주를 하면서 전세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아울러 내년엔 입주 물량이 더 줄고 3기 신도시 공급은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그나마 나오는 물량들의 가격은 더 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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