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이마저도 전세 매물이 없다고 세입자들은 아우성이다. 이들이 전셋집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월세보다 주거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단 전세로 살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세를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라고도 평가한다. 꼭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집에 들어가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를 얼마나 더 절약할 수 있을까.
◇ 월세보다 15% 저렴한 주거비
직방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모두에게 선호하는 임대차 거래 유형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8.7%가 전세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차인들의 82.1%가 전세로 살기를 원했다.
임차인들이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를 보면 '월 부담하는 고정 지출이 없어서'가 48.3%로 가장 많았다.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저렴해서'(33.6%)와 '내 집 마련을 위한 발판이 돼서'(12%) 등의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월세와 달리 매달 집주인에게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이자가 더 저렴하며, 전세를 활용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게 임차인들이 전세를 선택하는 이유다.
실제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은 월세보다 전세로 살았을 때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10~15% 가량 적은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최근 전세 거래된 사례를 보면 세입자들이 왜 전세를 원하는지 이유가 명확해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서울 강북구 '경원북한산 휴그린' 전용 59㎡는 전세 3억원에 거래됐다.
가령 이 집을 신혼부부가 전셋집으로 마련, 전세보증금중 2억원을 주택도시기금의 전세대출을 활용했다면(1억원은 본인 자산) 대출금리는 2.1%(보증금 1억5000만원 이상, 합산소득 4000만~6000만원 이하)로 2년간 이자로 총 8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월 35만원 수준이다.
반면 이 집이 보증금 1억원에 매달 월세를 받는 반전세로 전환(전월세전환율 2.5% 적용)한다면 월세로 41만6000원을 내야 해 2년 동안 998만4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세대출을 활용해 전셋집을 구했을 때 이자가 월세 혹은 반전세로 살 때 주거비의 84% 수준에 불과하다.
◇ 급등한 전셋값, 사다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같은 전세의 장점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희석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공덕 삼성래미안1차' 전용 84㎡는 전세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5일 같은 평형 전세가 6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되지 않아 2억3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 기간 오른 2억3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대출 받는다고 가정하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한도 2억원과 나머지 3000만원을 신용대출로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 기준 전국 은행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2.19%로, 이를 적용하면 2년 동안 부담해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는 876만원이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3000만원에 대한 이자는 154만8000원(시중 4대 은행 평균 금리 2.58% 적용)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전세대출로 인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49만원 정도다.
반면 8억8000만원의 전세를 보증금 6억5000만원의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는 48만원 수준이다. 월 1만원 정도의 차이지만 오히려 전세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은 전세가 월세보다 더 싸기 때문에 전세를 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전셋값이 터무니없이 빠르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