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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세인가]전세(값)를 지켜라

  • 2020.11.13(금) 10:41

[집잇슈]갭투자 막기 위한 규제 겹치며 전세난 심화
정부, '월세 전환 vs 전세유지' 혼재…정책도 상충
월세전환 가속화에도 전세 사라지진 않을듯

전세입자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셋값은 치솟는데 시장을 안정시킬 정부 대책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임대차보호법 등 다수의 부동산 정책이 겹치면서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악화됐다는 게 전세난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가 서민들에게는 유용한 제도인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전세 불안은 결국 집값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해결책이 시급하다.

◇ 매매 잡으려다 전세난 불렀다

전셋값은 매매가격과 연동되고, 전세가 내 집 마련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세와 매매시장은 매우 밀접하다. 이 때문에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전세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6.17대책에서 전세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전입 의무기간을 이전보다 단축하고, 갈아타기 수요 1주택자도 기존주택 처분과 전입 의무 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전세자금대출보증을 활용해 다른 집을 전세끼고 사는 것도 막았다.

주요 전셋집 공급 수단인 재건축 단지에서도 조합원들이 일반분양을 받으려면 해당 집에 2년 이상 실거주 하도록 의무 규정을 넣었다. 시장에서 전세를 활용한 주택매입으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자 이를 막기 위해 집주인들에게 거주 의무를 부여, 갭투자를 차단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세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을 통해 주거 안정권을 확보한 반면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매물을 찾기 힘들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갈 곳을 잃어버렸다.

또 저금리 장기화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등 전세시장의 수급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집주인에게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것"이라며 "그 동안 전세는 집주인들이 해당 주택에 굳이 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전세로 공급이 됐던 것인데 거주를 의무화하자 세대 분리를 통해 다른 가족이 살도록 하거나 공실로 두는 등의 형태로 전세 공급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최근 부동산 정책이 거주 의무 등의 규제를 포함하면서 전세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임대차 시장에 신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임대차보호법을 활용해 기존 계약을 유지‧연장한 세입자들과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서민 위한 전세, 일정 수준 유지 필요

전세난과 함께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임차가구 중 월세비중이 50.5%로 전세를 앞섰고, 지난해 기준으로는 60.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저금리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전세보증금 규모가 큰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전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상영 교수는 "전세 비중이 앞으로 점점 줄면서 6대4 수준에서 7대3 정도까지 낮아질 것" 이라면서도 "다만 아파트의 경우 현 전세 수준에서 100% 월세로 전환하면 월세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아파트는 전세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보증금 5억원인 주택을 보증금 없이 순수 월세로 전환할 경우 매달 내야 하는 돈은 104만원(전월세전환율 2.5% 적용)에 달한다.

전세가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무주택 서민들이 선호하는 임차 제도인 만큼 임대차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전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도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덕례 실장은 "현재 정부 정책을 보면 서구식 월세시장으로 전환할지, 전세를 유지해 서민들이 내집마련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지 등이 정해지지 않고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선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 대한 정책과 임대차시장 중 전세제도와 충돌하는 게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그 중 하나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하려면 취득세와 양도세 등은 숨통을 열어줘야 전세로 남아있던 수요가 집을 사면서 조금씩 수급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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