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했던 카드가 나왔다. 11만4000호라는 숫자는 기대보다 조금 많았지만 비(非)아파트 중심의 전세공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정부도 단기간 아파트 전세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전세난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다. 동시에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전환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2023년 이후 주택공급이 본격화되면 전세와 매매시장 모두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 사이가 문제다. 이번 전세대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다면 전세 불안을 피해 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오르는 이중고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세대책 나온 날, 집값‧전셋값 정점 찍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는 부산(0.72%)과 울산(0.58%), 대구(0.39%) 등 지방 광역시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도 0.18% 올랐다.
특히 0.28% 상승한 경기에서는 김포시가 2.73% 올라 압도적이었다. GTX-D 등 교통호재에 대한 기대감과 가격이 저렴한 장기‧북변동 및 한강신도시 신축 위주로 올랐다는 게 감정원 분석이다. 집값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부산과 김포 등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이와 함께 파주(0.78%)와 고양시 일산동(0.36%)‧서구(0.31%) 등도 집값이 크게 뛰었다.
지방 시장은 비규제지역으로 투기수요 유입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지만 수도권의 경우 치솟은 전셋값을 피해 중저가 지역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같은 기간 전국 전세가격 변동률도 0.3%를 기록, 매매가격과 함께 동반 최고치다.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5~2016년보다도 높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셋값이 세입자가 올려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만큼 급등하면서 내집마련에 대한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공급도 비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정책이 수요자들의 불안감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2년만 버티면 된다지만…
이처럼 전세 불안으로 인해 전세는 물론 매매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어 이번 전세대책이 중요했다. 하지만 발표 전부터 시장 기대가 높지 않았고, 발표된 내용 역시 예상했던 수준에 머물면서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매매시장 안정은 궁극적으로 전세 안정과 직결되는 만큼 과거처럼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정책은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히며 매매시장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자칫 규제를 풀 경우 매매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여기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등을 통한 서울 도심과 3기 신도시 등의 주택 공급이 2023년 이후부터 본격화돼 최근의 전세난은 일시적인 공급 축소라는 게 정부 판단도 깔려있다. 단기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고 최대 6년의 공공전세 등을 끌어 모은 이유다.
문제는 이번 대책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향후 2년 동안 주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급이 중요한 전세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난이 지속되고, 전세 불안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며 "전세대책에도 전세불안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다주택자 등 집주인들이 매물을 조정된 가격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줄면서 매매시장 역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는 "2023년 이후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이 본격화된다고 하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교통망 확충 등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며 "이번 전세 불안이 앞으로 2년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매시장에 영향을 줘 가격 상승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