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주도권이 바뀌었다.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가파른 집값 상승에 서둘러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며 시장에 매수자가 많았지만 최근들어 달라진 분위기다.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아도 쉽게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투기 사태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거래 위축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부담이 커진 일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데 시장에서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매물 쌓인다
KB부동산리브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전국 기준 88.6으로 전주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82.4, 수도권도 99.6으로 100 아래로 내려왔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100 이상이면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은, 100 이하이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경우 100 이하로 내려오면서 시장에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상황으로 바뀌었고, 서울 역시 갈수록 시장에서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쌓이는 매물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실에 따르면 25일 현재 기준 매매를 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은 서울의 경우 4만6706건으로 올 초(1월1일) 보다 15.9% 증가한 상태다.
매물은 늘어나는 반면 거래는 잘 되지 않고 있다.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달보다 35.4% 감소한 14만281건, 서울은 24.2% 감소한 1만2275건으로 집계(국토교통부)됐다. 2월에도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3762건, 3월엔 981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급감했다.
◇ 소화불량 언제까지?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집값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4%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은 0.06%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고 수도권은 0.29%로 전주보다 상승 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등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가격 조정보단 오름세를 유지하는 등 무주택 서민들의 매매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8.4대책에 이은 2.4대책까지 정부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도 매수세를 잠잠하게 만들고 있다. LH 땅 투기 논란으로 시장이 혼란스럽다는 점도 대기 수요자들이 매수를 머뭇거리는 이유로 꼽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출규제 등 진입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수요자들이 이를 기다리며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는데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아니라면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H 사태를 비롯해 시장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올해는 전체적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