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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세인가]전세 좋아요 vs 싫어요

  • 2020.11.12(목) 11:27

[집잇슈]서민들의 내 집 마련 디딤돌로 활용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집값 골칫덩이

가파른 기울기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를 얻어도 주거비 부담은 예전같지 않다. 그럼에도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셋집에 살고 싶어 한다.

이는 집주인들도 다르지 않다. 실제 임대인들의 절반 이상이 전세를 선호(직방 조사, 전체의 57.8%)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는 내 집 마련 시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집주인이나 세입자의 이같은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외국에 없는 '전세제도'가 국내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같은 전세제도가 단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의 수단이 되면서 집값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세입자 입장에선 자칫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전세제도의 명과 암은 분명하다.

◇ 내 집 마련 디딤돌

전세는 외국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주택 임차 제도다. 언제 어떤 이유로 전세제도가 만들어졌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에서 "역사적으로 전세제도가 어떤 연유에서 도입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주택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특성이 반영돼 있다"며 "제도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집의 일부를 세놓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전세제도의 기원에 대해 유추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서민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않고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전세로 사는 세입자가 2~3년 후 이사 갈 생각으로 다른 집을 전세보증금을 승계 받으면서 매입(전세낀 매입), 자금마련 등의 과정을 거쳐 원하는 시기에 입주하는 방법 등이 전세를 활용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방법 중 하나다.

전세를 살면서 전세보증금을 바탕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게 전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는 주거비가 적게들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며 "과거에는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저금리와 정부의 전세대출 지원 등을 통해 쉽게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어 전세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집값 불안 만드는 골칫덩이

하지만 이처럼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전세제도의 특징은 투기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부동산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도 저서에서 "전세금은 사려는 집값을 모두 마련하지 못했지만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대출로 가옥주에게는 빚이지만 집값이 언제나 빨리 올랐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며 "구입비용의 반 가까이를 다른 사람이 낸 전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채로 늘리는 방법으로 전세제도는 유용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갭투자를 통한 다주택자들이 늘면서 전세제도는 정책 당국자들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 버린 셈이다.

정부는 줄곧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들이 갭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다주택자들의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부담을 늘렸다.

그럼에도 집값 불안이 계속되자 6.17 대책에선 전세대출 문턱을 높였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없앨 수 있다는 비판에도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전셋집이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와 매매는 매우 밀접한데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전세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집주인 실거주 의무, 임대차보호법 등이 전세 매물을 줄이면서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혹 집주인들이 무리하게 갭투자를 했다가 파산 혹은 도주하면 세입자들이 목돈(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전세의 단점이다.

실제 지난해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금은 2836억원(주택도시보증공사)으로 집계됐고, 최근 6년간 거주하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4579억원(대법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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