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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HUG 분양가 통제 푸는 정부 왜?

  • 2021.02.10(수) 08:10

HUG, 시세 90%까지 반영…분양가 현실화·투명성 강화
주택 공급에 숨통 트기 위한 목적…'상한제 뒷북' 지적도

보기 드문 '규제 완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년 반만에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바꾸며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았던 분양가 현실화에 나섰다. 오는 22일부터 신규 분양하는 단지는 시세의 최대 90%까지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로또 분양 문제도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 핵심지역 등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선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분양가, 더 현실적으로!

HUG는 9일 고분양가 심사규정과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해 분양가격 책정 시 시세를 반영하고 분양가격 심사기준을 공개하기로 했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주택분양보증 심사 업무의 연장선으로, HUG는 분양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고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종전 심사기준은 1년 이내 주변 아파트 분양 실적이 있으면 그 분양가격을 넘지 못하게 했고, 1년을 초과해 분양한 아파트만 있으면 그 아파트 분양가의 105%를 넘지 못하게 제한했다. 이로써 강남에선 '평당 분양가 5000만원'의 벽이 생기고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지역은 시세보다 크게 낮은 분양가격이 책정돼 불만이 높았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낮다보니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강해져 청약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졌다. 

HUG는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85~90%을 상한으로 한다. 비교사업장도 분양사업장, 준공사업장 각각 한 곳씩 선정한다. 최근 분양가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시세까지도 반영한다는 뜻이다. 

또 신규 분양이 드물고 주변 시세가 낮은 지역의 분양가도 일부 조정해 사업자의 공급 유인을 높이기로 했다. HUG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고분양가 심사를 받은 자치구 내에서도 외곽 지역은 분양 자체가 뜸하고 시세가 낮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자들의 진입이 어렵다"며 "사업자들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분양가를 일부 조정(인상)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비교 사업장을 선정하는 기준도 바꿨다. 그동안은 입지, 단지규모, 브랜드를 3단계로 구분해 평가하고 보증신청 사업장과 2개 항목 이상이 유사한 단지를 비교사업장으로 정했다.

앞으로는 평가기준을 입지, 단지특성(단지규모 75%·건폐율 25%), 사업안정성(신용평가등급 75%·시공능력평가액 25%)으로 해서 항목별로 100점 만점의 점수를 평가해 총점을 매긴 후 보증신청 사업장과 총점 차이가 가장 적은 분양·준공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키로 했다. 가령 보증신청 사업장 A아파트의 평가 점수가 280점이고 인근에 위치한 B단지가 270점, C단지가 250점이라면 B단지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하는 식이다.

심사 기준도 공개한다. 그동안은 대략적인 심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비교사업장을 알려주지 않아서 논란이 됐는데, 앞으로는 심사 기준을 공개해 심사 금액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 공급 숨통 트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영향 제한적

HUG의 제도 개선에 대해 시장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현실화되면서 주택 사업자들이 공급을 확대할 수 있고 '로또 분양'을 야기했던 청약 시장 과열, 박탈감 등의 문제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금까지 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지적이 나왔는데 개선된 건 올바른 방향"이라며 "물론 선분양은 향후에 들어갈 집이니까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야 하는 건 맞지만 시장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아서 현실과 괴리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는 상한제를 적용하고 오히려 HUG의 분양가(평당 4891만원)보다 800만원가량 높은 분양가를 받았다"며 HUG의 분양가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으며 조합원들은 추가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공급량을 줄이게 된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의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엔 로또 분양 때문에 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청약에 목매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며 "앞으로 분양가가 현실화돼 시세의 90%까지 높아진다면 청약 경쟁률이 지금보다 낮아지고 로또 분양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 정작 로또 분양 문제가 심각한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선 이번 제도 개선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18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양천·용산·서대문·중·광진·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309개 동과 경기 3개시(광명·하남·과천) 13개 동 등 총 322개 동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HUG의 분양가 규제는 시세와 간극이 크고 공급자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이같은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되는 한 로또청약, 청약과열이 사그라들진 않을 것"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많이 현실화됐다고 해도 가격이 낮을수밖에 없고 결국 시세차익에 대한 메리트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서울 등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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