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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던지는 메시지

  • 2020.12.02(수) 11:28

택지비 감정평가 4200만원 승인 '평당 분양가 5000만원' 벽 깰듯
둔촌주공 등 정비사업 단지들 화색…예비 청약자들은 '이럴거면 왜'

'3.3㎡(1평)당 일반분양가 5000만원'

강남에선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규제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가가 5000만원 문턱을 넘길 전망입니다. 

이 소식에 둔촌주공 등 분양 대기 중인 정비사업 조합들이 분양을 검토하면서 청약 시장이 한껏 들뜬 분위기인데요. 한편으론 상한제 분양가가 기존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볼멘 소리도 나옵니다. 

◇ '상한제 적용' 분양가 더 높아진 이유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총 2990가구) 조합은 최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평당 4200만원의 택지비를 승인 받았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분양가는 택지비에 건축비·가산비 등을 더해 정하는데요. 통상 건축비 및 가산비에 1000만원 정도 책정하는걸 감안하면 래미안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는 평당 5200만~54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강남에서 '분양가 5000만원'의 벽이 깨지는 셈이죠. 

올해 7월29일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기 전까지는 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규제해 왔는데요. 지난해 6월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개선하면서 신규 분양 시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에 강남 신규 분양 단지들의 분양가는 평당 4000만원 후반대에 머물렀는데요. 최근 1년간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평당 일반분양가를 보면 ▲래미안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 4750만원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1단지 재건축) 4750만원 ▲르엘 신반포 파크에비뉴(신반포13차 재건축) 4849만원 ▲르엘신반포센트럴(반포우성 재건축) 4891만원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재건축) 4891만원 등입니다. 

조합 입장에선 분양가를 시세만큼 받지 못해 애가 탔는데요.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하면 분양가가 더 낮아질 거라는 우려 때문에 분양을 서두르거나 후분양으로 방향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래미안원베일리도 지난해 6월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었고요. 일반분양 물량 통매각을 추진했다가 지자체로부터 반려돼 소송까지 벌였습니다. 그러다 다시 상한제 전 선분양을 시도했지만 HUG는 평당 4900만원, 조합은 평당 5500만원을 각각 요구하면서 분양가 협의에 실패, 결국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상한제 적용 분양가가 오히려 조합에 유리해졌습니다. 상한제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하는 택지비가 올랐기 때문이죠. 2020년 서울시 개별 공시지가는 지난해 대비 8.25% 올랐고요. 그중 서초구가 12.37%로 서울 내 상승 폭이 컸습니다. 

◇ '분양가 이정표' 되나…조합은 화색·실수요자는 '실망'

'강남 상한제 1호' 래미안원베일리의 사례가 향후 분양가의 이정표가 될듯 한데요. 

특히 래미안원베일리와 입주예정시기(2023년8월)가 동일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의 분양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둔촌주공은 1만2000여 가구 중 5000여 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청약 대기 수요가 많은데요. 마찬가지로 HUG와 분양가 씨름(HUG는 평당 2970만원, 조합은 평당 3550만원 제시)을 하면서 분양이 지연돼 조합이나 청약 예정자들 모두 애간장이 타고 있는 단지입니다.

둔촌주공은 최근 조합 내분 등을 정리하고 분양 준비에 나섰는데요. 내년 공시지가가 발표된 이후 택지비 감정을 한 뒤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래미안원베일리의 택지비를 기준으로 둔촌주공의 택지비를 추산하면 4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도 가능하다며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인데요. 조만간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가가 확정(이달 중 예상)되면 나머지 분양 대기 단지들의 분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 청약자들의 실망감은 큽니다. 

애초 국토교통부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분양가가 5~10% 정도 낮아질거라고 예상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오게 생겼거든요.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평당 520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7억원 후반대로 예상되고요. 둔촌주공이 평당 3550만원에 책정되면 같은 평형이 11억을 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HUG가 제시한 분양가에 비해 1억~2억원은 높아진 가격입니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 가구‧가전 등의 기본 옵션까지 생각하면 비용은 더 들겠죠.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나온 정책이지만 결국 공시지가 등 시장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게 돼 있어서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분양가는 오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 규제가 심해질수록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또 집값 상승을 야기해 결국 청약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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