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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묻지마세요]이번 생은 망했어요

  • 2021.09.20(월) 07:00

<20대 이야기>
치솟는 집값‧높은 청약경쟁률에 ‘이생망'
대출규제‧고분양가에 당첨돼도 문제

"그래, 집은 샀고?"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명절 때면 '부동산 안부'가 빠지지 않는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잔뜩 벌어진 자산 격차처럼 누군가에겐 자랑거리가 누군가에겐 송편이 얹힐 정도로 불편한 화제가 돼 버렸다. 이번 명절엔 부동산 안부를 묻지 마시라! 비즈니스워치가 취재를 바탕으로 나이대 별로 처한 부동산 상황과 고민을 살펴보고 대신 전한다.[편집자]

집 샀냐고요?

삼촌도 참, 요즘 서울 집값 아시면서.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열심히 돈 모으고 있는데요. 그래봤자 서울에선 절대 내 집 마련 못할 것 같아요.

청약이요? 당연히 넣어봤죠. 그런데 미혼 20대는 가점도 얼마 안 나오고 특별공급은 넣지도 못해서 애초에 기대도 안 했어요. '이생망'이라고요, 이생망!

청약통장, 그냥 해지하고 싶어요

당연히 청약통장은 있죠. 성인 되자마자 가입해서 8년째 붓고 있어요. 나름대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일찍 짰다고요.

그런데 '가점제' 때문에 제 계획도 소용없었어요. 민영주택은 가점제 위주로 공급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잖아요. △무주택기간은 15년 이상이 32점 만점 △부양가족수는 6명 이상이 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15년 이상이 17점 만점으로 총 84점인데요.

삼촌도 아시다시피 저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해서 무주택기간은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미혼은 '만 30세'부터 무주택기간이 산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주택기간 0점, 부양가족수 5점(0명), 청약통장 가입기간 10점(8년)으로 가점이 10점밖에 안 돼요. 청약에 당첨될 리가 있겠어요?

요즘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얼마나 높은데요. 부동산114 자료를 좀 찾아보니까 올해 들어 9월13일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청약가점이 54점이더라고요. 자그마치 54점! 

부양가족 없이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기간에서 모두 15년 이상 만점 받아야 딱 54점이거든요. 20대는 어림도 없죠. 더군다나 결혼을 안 한 1인 가구는 기회가 더 없어요. 제 주위에 결혼한 형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해서 예비번호도 받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지난해 7‧10대책에서 청년 등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을 확대한다면서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했잖아요. 그때부터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공이 생겨서 기대했는데요. 정부가 얘기한 청년은 '기혼 가구', '유자녀 가구'를 얘기한거더라고요. 

이제 11월부터는 1인 가구도 청약할 수 있다고요? 저도 알아요.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해서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공 30%에 대해선 1인 가구도 청약(추첨제)할 수 있도록 했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 소식 듣고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공급물량은 그대로인데 신청자격만 바꿔서 '나누기' 한 셈이라 가뜩이나 치열한 청약 당첨이 더 '바늘구멍'이 될 것 같던데요. 

통계청 자료를 보니까 지난해 전국 1인 가구가 66만3354가구로 전체(2092만6710가구)의 31.7%에 달할 정도로 많더라고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이 되겠죠. 하.▷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1인 가구, 특별공급, 성공적?(9월9일)저 혹시 당첨되면.. 돈 좀...

청약에 당첨돼도 문제에요. 분양가는 비싼데 대출은 막혀서 분양대금을 마련하기가 힘들거든요. 

지금도 전용 85㎡ 초과 물량이나 줍줍(잔여가구 공급)은 추첨제라 '운'만 좋으면 저같은 20대도 당첨될 수 있는데요. 그만큼 가격이 비싸서 '금수저 청약'이나 다름 없어요. 

지난달에 '로또 아파트'로 입소문이 났던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만 해도 줍줍으로 나온 5가구 중 1가구(118㎡A)는 3만2146대 1의 추첨 경쟁률을 뚫고 20대가 당첨됐거든요. 분양가가 18억8780만원으로 '억' 소리 나죠? 주택담보대출은 안 나오는데 의무거주 기간이 없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도 가능했고요. 그래도 엄두를 못내요. 계약금인 3억7756만원(분양가 20%)은 당첨자 발표 열흘 안에 납부해야 했거든요. 

공공분양을 노리라고요? 이번에 1차 사전청약을 받은 3기 신도시도 분양가가 만만치 않아요.

애초에 정부가 시세의 60~80%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일부 지역은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시세의 80%를 넘어요. 실제로 성남복정1은 전용 59㎡의 분양가가 7억원 가까이 될 전망인데요. 인접한 수정구 태평동 가천대역 두산위브 59㎡가 올 상반기 6억9800만~7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그리 싸지도 않아요.

최근엔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규제 개선을 검토한대요. 그럼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거죠. 

저는 회사가 서울이라 서울 청약도 내심 기대했거든요. 특히 강동구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 아시죠?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일반분양 물량도 거의 5000가구에 달한니까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소형 물량이 많아서 특공 물량도 나올텐데 11월부터 1인 가구도 생애최초 특공 자격이 생긴다면 둘도 없는 기회잖아요. ▷관련기사: '나혼자 사는데' 둔촌주공 특공 잡을수 있을까(9월8일)

문제는 둔촌주공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37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전용 59㎡(25평)도 중도금대출 기준인 9억원을 초과하고요. 전용 29㎡(14평), 39㎡(18평) 등 초소형 평수도 6억원 전후 수준이 될거에요. 

제가 운이 좋아서 생애최초 특공으로 당첨이 된다고 해도 중도금대출이 40%(분양가 9억 미만의 경우)밖에 안 되고요. 입주 직후 실거주 의무가 있어서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도 안 돼요. 어렵사리 돈을 마련한다고 해도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면서 살기엔 좁고요.

답이 없다니까요. 아까 큰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언제부터 20대가 집을 샀냐'면서 좀 더 기다리라고요. 그런데 기다리다가 영영 못사면 어떡해요. 고모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괜찮다'며 아파트를 포기하라고 하시고요.

20대도 힘들게 일해서 돈 버는데 원룸이나 호텔을 개조한 임대주택 말고 아파트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혹시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삼촌.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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