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큰어머니 어림없는 말씀이세요. 저희 네 식구로는 서울에서 아파트 당첨되기 어려워요"
제 나이 43세인데 청약가점이 63점이에요. 일년에 3점(무주택기간 2점+입주자저축가입기간 1점)씩 늘어나서 이제서야 60점 겨우 넘겼어요. 몇년전만 해도 이점수면 안정권이었죠.
지금은 이 점수도 불안해요. 인기단지는 근처에도 못가겠더라고요. 얼마전 강남에서 래미안원베일리 분양했잖아요. 아니나다를까. 70~80점대가 수두룩하던데요. 가장 낮은 점수가 69점이더라고요. 만점(84점) 통장까지 나왔는걸요. 강남 분양은 가점도 안되지만 사실 엄두를 못내요. 중도금대출도 안되는데 무슨 수로 분양을 받아요.
올 초에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물량이 많아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여기도 60점 후반은 돼야 하겠더라고요. 가장 낮은 점수도 64점, 65점이에요.
그래도 지금 2030세대들보다 상황이 낫다고는 하는데……. 애들은 커가죠. 사실 앞으로 이 직장에서 10년 더 일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하잖아요. 마음이 급해요.
이제와서 일반 아파트를 사자니 너무 올라버렸어요. 가점이 60점대라 포기할 수는 없어서 계속 하고는 있는데 자녀를 더 낳거나 부모와 같이 살거나 해서 부양가족 수를 더 늘려야 한대요.
가점이 매년 3점씩 늘어나긴 하지만 저만 늘어나나요. 저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다 같이 늘어나니까 경쟁률도 해가 갈수록 세지고요. 분양가는 점점 더 비싸지고요. 얼마전에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 개선한다고하는데 아무래도 더 올라가겠죠.
요새는 정말 집에서도 애 엄마랑 맨날 이 얘기에요. 그러다 싸우기도 하고요. 내년이면 둘째도 초등학생이라 방 만들어줘야 하는데 어떡하냐고 하는거죠 뭐.
회사 후배는 청약가점이 더 낮아서 걱정하더니만 작년말에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당첨됐다더라고요. 그 집도 결국 가점으론 안되고 큰 평수 추첨물량에 들어가서 됐잖아요.
부러울따름이죠. 그런데 참 이집이나 저집이나 걱정이 없진 않더라고요. 분양이 늦어지면서 입주까지 기간이 1년이라 그 1년동안 9억원 넘는 분양금액을 마련해야 하잖아요. 그나마 작년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꽉채워 받아놓은 것으로 중도금은 어찌어찌되나본데 잔금이 어려운가봐요.
올 연말 입주때 시세 15억원 넘으면 대출이 안되거든요. 그 동네 이미 20억원도 넘어서 당연히 대출도 안되고 난감한 상황이에요. 전세 놓아야 할 판인거 같은데 10년 넘게 전세살이하다가 이제서야 내 집에 살아보나 했더니 대출도 안해주고, 이게 말이 되냐고요! ▷관련기사: [집잇슈]아파트 시세 '15억원'…'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3월9일)
저희도 이제 서울만 볼순 없을 것 같아요. 직장이 서울이라 경기도로 가고 싶지는 않는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집 영영 못살것 같아요.
저같은 사람이 많은가 보더라고요. 부동사114 연도별 청약가점을 보니까요. 서울 청약가점도 높아지긴 했는데 인천이랑 경기는 더 급격하게 올랐더라고요. 부동산114 리서치팀 여경희 수석연구원 말이 가점이 높은 수요들이 수도권 아파트 청약으로 이전해서 그렇대요.
수도권도 요새 난리가 아니에요. 그래서 사전청약도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사전청약은 신혼부부나 청년세대 물량이 많아서 일반공급은 얼마 안되더라고요.
더 문제는 올해나 내년 사전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본청약 2023년, 입주가 2025~2026년이라는데 이것도 정부 계획일 뿐인거죠. 주변에선 아직 토지보상도 안됐다고 10년은 봐야 한다는데 이러다 애 대학갈때 쯤에나 입주하는거 아닌지, 걱정돼요.
전셋값만 괜찮으면야 버틸 수 있죠. 집 만기가 올해 12월인데 남들은 계약갱신해서 2년 더 살기도 하는데 여긴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큰일났어요. 애 초등학교가 바로 앞이라 좋았는데 같은 단지엔 매물도 없고 2년새 전셋값이 꼭 2억원 올랐더라고요.
저희도 10년 넘게 맞벌이하면서 얘들 키우고 열심히 살았는데 전셋값도 감당 안되고 서울에 내집마련 하기도 힘든 형편이라는게 너무 속상해요. ▷관련기사: 사전청약만 믿으라는 정부, 현실은 10년 전세난민(8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