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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묻지마세요]경기도 더는 살(buy)만 하지 않아

  • 2021.09.21(화) 07:00

<30대 이야기>
서울 집값에 놀라고 전셋값에 더 밀려나
살만한 경기도? GTX 등 호재가 악재로?

신혼집이 자가냐고 전세냐고? 그 질문 한 번만 더 받으면 열 번 채우겠다. 부동산 이야기하면 속이 시끄러운데……. 그래도 오랜만에 사촌동생들 만났으니 다 얘기해줄게.

나도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당연히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집값이 좀 올랐니?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이젠 '조금' 손 벌리는 걸로는 택도 없잖아. 심지어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더라. 결국 경기도로 밀려나긴 했는데, 잘 한 선택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젊은 남성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아파트 매물 가격을 보고 있다./채신화 기자

서울 집값에 치이고 전셋값에 밀리고

처음엔 당연히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 나도 예비신랑도 서울에서 살고 있고 직장도 서울이니까. 직장생활 한 지 7년 정도 되니까 둘이 모은 돈을 합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도심의 새 아파트' 수준을 원한 건 아니었으니까. 

근데 서울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거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이 10억4667만원이더라. 게다가 집값의 40%밖에 대출이 안 되잖아. 적금, 신용대출 등 다 끌어모아도 택도 없더라고.

강남이나 용산처럼 주요 지역만 가격이 오른 게 아니야. 서울 외곽 지역도, 나홀로 아파트도, 오래된 아파트도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조리 올랐어. 강북권에서도 전용 84㎡에서 10억원을 넘는 매물들이 나왔고.

부모님께서 안 도와주시냐고? 서울에 집 있으면 다 부자인 줄 아는데, 알잖아. 우리 부모님도 딱 집 한 채 있으신거. 두 분 다 은퇴하시기도 했고. 

우린 결국 이도저도 안돼서 전세를 알아보려고 했지. '내 집'은 아니지만 좀 더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웬걸. 이번엔 전세난이 온거야.

KB리브부동산 통계를 보니까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이 6억2648만원에 달하더라.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가 지난해부터 결혼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미뤄왔잖아. 지난해 9월만 해도 서울 중위전세가격이 4억6833만원이었는데 1년 만에 1억5815만원(33.7%)이 오른거야. 차라리 그때 내 집 마련 미련을 버리고 전셋집을 구해놓을걸 싶더라.

전세난 때문에 매물 자체가 없는데 어쩌다 하나씩 나오는 매물은 너무 비싸거나 편법으로 가격을 올리기도 했어. 내 친구는 전셋집 계약할 때 따로 특약 서류를 만들어서 2년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면 보증금을 10% 더 올리기로 했대. 

한때 빌라 월세까지 생각했다니까. 그런데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지난달기준 서울 빌라 평균 월세가 62만4000원이래. 우리처럼 자녀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매달 월세를 내기가 더 부담스럽잖아. 

결국 우리는 경기도로 간거야.
 경기도도 만만치 않더라 

청약은 안 했냐고? 당연히 해 봤지. 정부가 신혼부부를 위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해서 특공이 나오는대로 넣어봤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안되더라고.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야. 경기도에서 청약에 당첨됐거든. 너희가 생각하는 광명이나 위례 같이 서울과 가까운 지역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비인기지역이라 청약에 당첨됐지. 그래도 기쁘더라. 매번 청약에 떨어지는 것도 정말 우울하거든. 

서울 출퇴근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확충이 추진 중이라 시간이 좀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근데 문제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거야. 가뜩이나 서울 집값이 높아서 경기도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경기도에 개발 호재들이 생기면서 일대가 들썩이고 있거든.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니 올해 거래된 경기도 주택 29만234가구 중 서울 거주자가 5만385가구(17.3%)를 사들였대. 올해 서울 시민의 경기도 주택 매수 비중은 2018년의 15.1%, 2019년 14.5%, 2020년 15.6%와 비교해도 높아.

당연히 가격도 올랐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중위매매가격(KB리브 부동산)은 5억5784만원이었어. 작년 1월만 해도 3억5619만원이었는데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앞자리가 두 번 바뀌었다니까. 여전히 상승률은 서울을 앞지르고 있어. 

청약에 당첨됐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새 아파트 입주 전까진 어디서 사냐고!

KB리브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8월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10.67%나 올랐어.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와 서울 전세 난민이 대거 이주한 영향이지. 지금도 곳곳에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전세난도 심각해. 서울 따라가는거지 뭐. 

정부가 연말에 전세대책을 내놓을꺼라는데 지금까지처럼 얼마나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어. 마냥 기다렸다가 전셋값이 더 올라버리면 어떡하지? 정말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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