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도 가계부채 경고도 소용없었습니다. 집값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마치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여름 휴가철을 마치고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이하기 때문인데요. 전셋값 불안도 계속되고 있어 언제든 집값 상승 불길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재건축 기대감' 서울 집값 3년 만에 최대폭 상승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와 같은 0.3%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21%와 0.4%로 전주대비 각 0.01%포인트씩 상승폭을 확대했는데요. 서울의 경우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찍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7월부터 통계 표본수를 확대하고 추출방식도 개선하면서 이전보다 변동률 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급기야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해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데요. 재건축 활성화는 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집값에 워낙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실제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폭이 컸는데요. 강남구(0.25%)는 개포동, 송파구는(0.24%) 방이동과 잠실동, 가락동 재건축 중심으로 상승했습니다. 서초구(0.24%)도 반포동 재건축과 방배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는 게 부동산원 분석입니다.
특히 최근 방배 신동아와 잠실 미성크로바는 건축 계획안이 통과됐고요. 잠실 주공5단지는 교육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재건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죠.
이뿐 아닙니다. 노원구(0.32%)와 도봉구(0.29%), 중랑구(0.21%) 등 강북 지역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는데요. 구축 중심 중저가 단지들 상승세가 만만찮습니다.
수도권도 서울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개발 호재가 있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역들의 오름세가 가팔랐는데요. 수도권 외곽인 안성시와 오산시는 0.89%와 0.86%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안성시는 교통 접근성 개선 기대감과 저평가 인식에, 오산시는 부산동 신축과 원‧갈곶동 등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는 분석입니다.
0.7% 오른 군포시는 리모델링과 정비사업 기대감 등이 반영됐고, 화성시(0.71%)도 교통호재가 있거나 중저가 메리트가 있는 동탄신도시 외곽 중심으로 상승했습니다.
본격 이사철…전세난에 패닉바잉 확대 우려
전세시장 불안도 여전합니다. 여름 휴가철을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들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발표한 전세대책(11.14대책)에 추가로 단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2%로 전주와 같았습니다. 서울도 0.16%로 상승폭은 변화가 없었던 반면 수도권은 0.27% 올라 확대됐습니다.
특히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부동산원 역시 서울 전세시장을 두고 "거래활동은 감소했지만 학군이나 교통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천(0.29%)도 학군이 좋은 연수구 내 송도신도시 내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경기(0.32%)는 중저가 단지(시흥시, 0.64%)와 역세권 인근 신축 단지들을 중심(안산시, 0.52%)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생활환경과 학군이 좋은 지역,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지역 등의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매수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도 있는데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를 찾아 나서면서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 등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서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장기간 지속된 가격 상승과 매물 잠김 현상 등으로 인해 실수요층이 서울 중심에서 외곽으로, 인접한 수도권으로 밀려나면서 중저가 아파트의 키맞추기 현상들이 가을 이사철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