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사지 마세요(사전청약 물량도 확대했고, 기준금리도 올렸어요. 가계대출은 더 조일거에요)"-정부
"사전청약은 분양가도, 입주일도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지금 현금여력 안되면 전세 놓고 사든가, 나홀로아파트 아니면 빌라라도 사세요. 시장에서 느끼는 건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거에요"-부동산중개업소
여전히 정부와 부동산시장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집값이 식을 줄을 모르자 정부는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습입니다.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는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고 있구요. 그동안 예고(?)했던 기준금리 인상도 단행했습니다. 한편에선 사전청약 물량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이들 시그널은 일관되게 '지금 집 사지말라'고 얘기합니다.
당국이 가계대출을 더욱 조일 태세여서 사실 영끌로 집을 사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사전청약은 입주까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치솟는 전셋값에 2년 혹은 4년에 한번씩 전세를 옮기면서 그야말로 '전쟁'을 겪어야 하는 무주택자들에겐 이러나저러나 가혹한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강서구 화곡동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단순히 중개업소의 상술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보입니다. 시장의 여러 지표들이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실수요자가 끌고 있는 시장인데…높아지는 문턱
지금의 시장은 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투자자(혹은 투기세력)들이 아니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이끌고 있는데요.
이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사전청약 확대를 발표하면서 언급한 시장동향에도 나와 있습니다. 갭투자자중 무주택자 비중이 올해 상반기 64.7%나 되더라고요.
무주택자들이 영끌을 해도 여력이 안되니 전세보증금을 끼고 내집마련에 나선다는 얘기입니다. 이뿐인가요? 아파트의 문턱이 높아지니 빌라로 눈을 돌리기도 하는데요.
최근 부동산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이하 빌라) 평균 매매가 통계를 분석했는데요.
지난 7월 서울은 3억4629만원으로 전달보다 무려 28.1%나 올랐습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데요. 부동산원의 표본 재설계(가액분포 고려해 새 표본 추출)를 고려해도 높은 수치로 보여집니다.
특히 서울 강북 도심권(종로·중·용산구) 빌라 매매가는 4억9013만원으로 전달보다 37.9% 상승했습니다. 서울뿐 아닙니다. 경기 경부1권(과천 안양 성남 군포 의왕)의 빌라 매매가는 4억5811만원으로 서울 못지 않은 금액인데요. 무려 62.9%나 폭등했습니다.
앞서 스테이션3는 올 상반기 2030세대의 비아파트 매입 비중이 늘어났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고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눈높이를 점차 낮춰가면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언제 멈출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확대된 0.22% 상승했는데요.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중대형과 강북권 주요 재건축 위주로 올랐습니다.
노원구는 상승률이 0.39%로 한주새 0.07%나 훌쩍 뛰었습니다. 월계동과 상계동 대단지 위주로 올랐고요. 도봉구 역시 창동 재건축과 쌍문동 구축 위주로 0.29% 올랐습니다.
강남구는 중대형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되면서 0.28% 올랐는데요. 송파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지역인 신천동 재건축과 가락동 신축 위주로 0.28% 상승했습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 신축과 염창·등촌동 중저가 위주로 상승하면서 0.28%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대부분 한주새 0.03~0.04%포인트나 뛰었습니다.
경기는 지난주와 같은 0.5%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오산시는 0.83% △의왕시 0.69% △시흥시 0.69% △평택시 0.68%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인천 역시 △연수구 0.58% △서구 0.5%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요.
여전히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울 전셋값은 0.17%로 전주보다 0.01%포인트 상승폭을 키웠고요.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육환경 양호한 지역이나 역세권, 이주수요 있는 지역 위주로 거래되면서 상승폭을 확대했다는 분석입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전세가격이 안정돼 있으면 기다렸다가 사전청약을 해도 되지만 전세시장이 불안하면 결국 내집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이미 대출규제가 심한 상태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