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만에 기준금리가 올랐다(0.50%→0.75%). 지난 몇년간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시중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 집값을 밀어올린 만큼 이번엔 집값을 진정시키는 소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 등에 '선반영' 돼 있고 여전히 저금리인 만큼 매매 시장이나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관리 강화와 중장기적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주택 매수를 위해선 철저한 자금계획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리인하=집값인상, 금리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0.75%로 확정했다. 지난해 5월 0.75%에서 0.5%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1년3개월만에 다시 상승으로 돌아선 셈이다.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가계대출 증가, 집값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원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빚 내서 집 사는 이들이 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 불안감이 확산되자 갭투자, 금융대출 등을 활용한 주택 매수도 지속된 탓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금리 인하 전인 2017년 5월~2019년 6월 동안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58조3000억원이었으나, 금리 인하 후인 2019년 7월~2021년 4월 동안 주담대 증가분은 83조1000억원으로 급등했다.
집값도 크게 치솟았다. 금리 인하 전엔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가격(한국부동산원)이 1.0%, 수도권은 9.7%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 후 실거래 가격은 전국 30.1%, 수도권 40.7% 급등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불 붙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레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종전보다 주담대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낮은 이자를 활용하는 차입에 의한 주택구매와 자산투자가 제한될 것"이라며 "투자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거래량이 줄고 거래가격 상승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민간 신용의 공급조절 움직임이 구체화되며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을 걷어 들이고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구입 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이 과거보다 제한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그래도 저금리…앞으로가 문제"
다만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매수심리가 진정되거나 집값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전히 저금리 수준인 데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0.5~1.5% 정도는 올라야 체감도가 커지고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최근 2~3개월 사이 시중금리에도 이미 반영이 된 상태라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히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세대출 중단, 신용대출 축소 등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시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은 주담대 대출금리가 3~3.5% 정도인데 내년까지 한 두 차례 더 인상돼서 4% 이상으로 올라가면 가격 조정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금리 부담이 약간 늘어나는 정도로 수요 감소가 일부 있을 순 있어도 일각에서 기대하듯 집값이 잡힐 정도는 아니다"며 "1%포인트~1.5%포인트 정도는 올라야 영향을 미칠텐데 기준금리는 거시경제와 연결돼 있어서 단기간에 그 정도로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은 이미 주담대 금리가 많이 올라온 상태라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전세대출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준금리에 즉각 영향을 받아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최소 0.5%포인트는 올라야 집값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