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집잇슈]전셋값은 '억 소리'나는데 대출중단?…'월세주의보'

  • 2021.08.23(월) 17:03

은행대출 속속 중단, 전셋값은 억단위 상승
세입자 전셋값 감당못해 월세전환 불가피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가입 부담까지

'은행대출 중단,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가입, 재건축 이주, 입주물량 감소…….'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먹구름이 드리운 전세시장에 갈수록 불안 요인이 추가되고 있다. 대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임차인(세입자)들의 부담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임대인들은 보유세나 임대보증보험료 부담 등으로 전세를 내놓기를 꺼려하고 있고, 임차인은 '억 단위'로 오르는 전셋값에 부담을 느끼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세의 월세화'(전월세 포함)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뜩이나 전셋값 비싼데…대출 조이기?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달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고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6% 이내로 관리하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신규 대출이 막히면 아파트 잔금 대출 승인 등 뿐만 아니라 전세 만기 연장까지 막힐 수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출을 받으려 했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 

이들 은행은 '한시적 대출 중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요자들 사이에선 은행의 대출 중단 기간이 길어지거나 다른 은행들까지 연쇄적으로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불과 석달 전에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가계부채를 이유로 돌연 대출 규제에 나선 것도 불안의 원인 중 하나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1억원 이하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연봉의 2배'에서 '연봉 이내'로 사실상 절반을 줄일 것을 주문하면서 마이너스 대출 한도도 대폭 축소될 조짐이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세 수요자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란 수렁에 빠지면서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한국부동산원 통계)을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2440만원으로 1년 전(4억6931만원)에 비해 33%나 올랐다. 

상승 여력은 더 남아있다. 강남 재건축 이주로 촉발된 전세난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이 출렁이고 있다. 방배13구역, 신반포21차, 반포1·2·4주구 등 5000여 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시작한 상태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점점 줄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20년 4만9407가구에서 2021년 3만1227가구로 36.8%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입주 예정물량은 2만423가구로 더 줄어든다. 

수억원씩 오르는 전셋값을 대출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불가피하게 월세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 씨 마를까..."세입자도 월세 찾아"

전세 매물도 갈수록 씨가 마르는 모습이다. 이달 18일부터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시행됨에 따라 임대인들이 보증료에 부담을 느끼면서 전세 매물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그간 임차인이 100% 부담하던 보증보험료를 임대인이 75%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최고 과태료 2000만원 또는 2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에 임대인들은 보증료를 아끼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거나(반전세),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령 보증금 2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할 경우 HUG의 최대 보증료율 0.128%를 적용 시 임대인(75%)이 내야 할 보증료는 38만4000원이다. 반면 보증금 1억원, 월세 20만원의 반전세로 임대할 경우는 임대인은 19만2000원만 보증료로 내면 된다.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아예 전세를 취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점점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월세(전월세 포함) 거래량은 총 3만6124건으로 전년 동기간(총 3만2897건)보다 1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반전세, 월세 전환이 활발할 것"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선 보유세 등 일부를 전가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고 세입자 또한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월세로 돌리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올라서 임대가격이 따라가는 상황이라 집값이 내려야 임대가격도 안정이 될텐데 그럴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에 결국 반전세나 월세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