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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은행 대출절벽…돈 빌릴구멍 좁아진다

  • 2021.08.20(금) 17:08

은행 대출 문턱 높혀…농협은행 주담대 중단
가계부채 '위험수준'…금융당국, 은행에 요청
고승범 내정자 연일 경고…초강력 규제 예고

은행권의 대출절벽이 사실상 시작됐다. NH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했고 일부 은행들도 대출 상품의 문턱을 높이기 시작하면서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대출 절벽이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가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금융당국이 대출 자제를 요청해서다. 

일각에서는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 후보자가 강력한 가계대출 대책을 예고한 만큼 추가 규제가 은행권을 넘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대출 증가세를 잠제우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 된 가운데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은행권, 대출문턱 높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규 대출 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의 증액과 재약정까지 포함한다. 사실상 올해는 더이상 NH농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NH농협은행이 대출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의 연간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126조3322억원이던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135조3160억원으로 7.1%나 늘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연간 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5%로 제시한 바 있다.

일단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은행의 경우 연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2.0~2.5% 수준 이내이므로 대출 상품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간 총량 목표를 세워두고 관리중인 가운데 아직까지는 목표치에 접근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은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의 경우 한도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기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가 소득자의 연간 소득의 2배 가량이었다면 이를 소득자의 소득만큼으로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목표치 안됐는데 왜 문턱 높이나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현재까지 2% 수준이다. 심지어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가계대출 잔액이 오히려 줄었다. 금융당국이 내건 5% 조건을 아직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대출 상품 금리 상향, 우대금리 삭제, 한도 축소 등 다양한 방면으로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요청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져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면밀히 심사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한도를 낮춰달라는 당국의 구두 요청이 있었고 이를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통상 마이너스 대출은 쓴 만큼만 가계대출로 잡히는데 차주가 한번에 한도를 소진할 경우 가계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이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는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금융권으로 들여다 보면 가계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늘어난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조9000억원에 견줘 71.6%(32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과도한 신용(대출)증가는 버블의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부문 건전성과 자금중개기능 악화를 초래해 실물경제 성장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가계부채발 거시경제적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굉장히 시급하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계대출 증가를 이끄는 은행에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늦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달라고 금융당국이 요청한 것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조 단위로 5%라고 하지만 은행당 5조원에서 7조원까지 늘릴 수 있는 셈"이라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늦추기 위해서는 은행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보고 협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역시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 대출의 증가세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대출의 증가세도 크고 변동성도 큰 신용대출이 가계대출을 이끄는 주범이 됐다.

신용대출은 통상 시장금리의 상황에 따라 금리 변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변동금리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미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증가한다면 차주의 이자부담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융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위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제 통화당국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증가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12조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대출 문턱 상승, 끝이 아닌 이제 시작

일단 은행권을 시작으로 가계대출의 문턱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흐름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 후보가 "가계부채 관리는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추가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이에 내주 예정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 이후 임명까지 진행된다면 즉각적인 가계대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규제는 DSR(총부채상환비율)을 전금융업권으로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다. 갚을 능력만큼 만 돈을 빌린다는 개념으로 도입된 DSR규제는 지난 7월 1일 부로 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과 1억 이상 신용대출에 우선 적용됐다. 비율은 40%다.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눴을때 40%가 넘으면 안된다.

당국은 애초 이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를 선제적으로 전 금융권에 도입할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확률이 높다. 당장 고승범 후보자 역시 "(가계대출에 있어)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관행을 하루 빨리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경우 모든 대출에 대해 DSR40%가 적용됨과 동시에 현재 2금융권에는 60% 적용되던 DSR을 40%까지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금융권 모든 대출에 DSR40%가 적용된다면 대출 받기가 쉽지 않아진다"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한 문턱이 높아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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