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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만 믿으라는 정부, 현실은 10년 전세난민

  • 2021.08.26(목) 07:00

내년물량 입주까지 빠르면 5년…사업 불확실성 여전
5~10년 더 전세살이 불가피…전셋값 불안 지속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을 그야말로 '영끌'을 통해 10만1000가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기존 6만여 가구에 더해 2024년 상반기까지 16만3000가구를 끌어 모았다. 

정부의 각종 경고와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등 초강수에도 집값이 식을 줄을 모르자 사전청약 물량 확대를 들고 나온 것이다. 현 정부로선 기존 규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공급을 조기화하는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시장에서도 매매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일부 완화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사전청약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확대 만으로는 심리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당장 살 집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에겐 희망고문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전세난민으로 살아야 하는 기간만 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매매 수요 분산 효과…그런데 입주는 언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차 사전청약에 많은 신청자가 몰렸듯 일부 매매수요를 분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심리적으로 30대의 조기 내집마련 효과와 매매시장의 일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최근 지연되고 있는 수도권 분양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민간 청약 대기수요의 사전청약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민간부문 사전청약 개시시점이 빨라야 2022년부터라 당장의 집값 안정효과보다는 정부의 주택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피력과 공급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매매 수요를 사전청약에서 흡수하는 만큼 전세시장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계획한 사전청약과 본청약 일정을 보면 사전청약후 본청약까지 2~3년, 본청약 후 입주까지 3년으로 최소 5~6년을 전세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김영환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공공택지 민간사업 시행 분은 사전청약 2~3년후 본청약 그 이후 3년 정도에 입주하는데, 내년 사전청약은 입주까지 5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2.4대책(3080+대책) 역시 청약 시점을 복합사업계획인가 및 토지주 우선공급 이후 실시하면 사전청약 진행후 약 1년 뒤 착공(본청약), 3~4년 뒤 입주가 가능하다는게 국토부 설명이다.

다만 공공택지 민간사업 시행분과 2.4대책 등 민간 사전청약 신규 물량은 2023년~2024년에 몰려 있다. 특히 2024년 하반기에 사전청약을 시행한다고 하면 최소 2029년~2030년에 입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10년을 더 전세난민으로 살아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이는 사업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의 얘기다. 올해 진행하고 있는 공공택지 사전청약도 토지보상 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 2.4대책은 사업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 사전청약의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민간물량'까지 끌어온 사전청약, 가능할까(8월25일)

정부가 발표한 사전청약 신규 물량의 상당수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 집중돼 있는데 당장 내년 대선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 뉴스테이 사업처럼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등의 정책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전셋값 상승 지속…10년 전세난민 견딜수 있을까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사전청약 혹은 입주를 기다리며 임대시장에서 버티는 일도 녹록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아 매매시장의 수요는 일부 경감되겠지만 임대시장에 가해지는 부하는 경감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은 민간의 임대주택공급이 채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대차2법 시행과 민간임대등록 혜택 축소 및 폐지, 최근들어선 은행들의 대출 중단까지 이어지면서 전세시장은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2440만원으로 1년 전(4억6931만원)에 비해 33%나 올랐다. 

당장 입주물량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 전세살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영환 주택정책관은 "사전청약으로 인한 국지적 전세부담은 이미 제기됐었고 임대차시장은 매수와 전세시장 안정을 동시에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임대차3법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고 사전청약 진행 과정에서 국지적 전세불안은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만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금으로선 사전청약과 본청약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과거처럼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기간이 3~5년 길어지면 소비자들도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비용이 커지고 분양가에 대한 리스크 또한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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