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관련법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가 공개됐다. 입법 이후 시장에 나타난 부작용을 걷어내자는 건데, '원상복구'(폐지)를 포함한 4가지 개편안이 공개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토대로 3~4월 중 토론회 등을 열고 확정안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4년 넘게 시행해 온 법이라 다시 바뀔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찬성과 반대가 첨예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도 시간이 꽤 소요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이라 현 정부에서는 정책 추진 목표 시점도 잡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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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4종' 열어보니…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4월 연구(기간 약 1년7개월)를 마쳤으나, 국토부는 해당 보고서를 10여개월 뒤 공개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2022년 1월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새 임대차법 적용으로 '2년+2년'(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전월세상한제)'이 적용되면서 전셋값 상승, 임대인-임차인 갈등 등의 각종 부작용이 시장에서 지적됐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법 전면 폐지를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와 시장 혼란 우려 등에 따라 손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행 이후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임대차2법 시행 5년여 만에 다시 손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는 올해 5월까지 시행이 유예됐고, 그마저도 최근 신고 누락시 부과되는 과태료 최고액이 10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어 실효성도 작아진 상태다.▷관련기사: 전월세신고제 '또' 유예…내년 5월까지 과태료 없어(2024년 4월18일)
국토연구원은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을 크게 4가지로 제시했다. △제도 도입 전 복귀(폐지) △지역지정제도 또는 지자체 위임 운영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임차인 자율 적용 △상한 요율 상향, 정책대상 범위 재설정 등의 수정·보완 등이다.
우선 제도를 폐지해 이중 가격 문제, 계약갱신에 따른 갈등 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계약 임차인의 신규 임대에 대한 노출 빈도 증가, 정책 변화로 인한 국민 피로도 증가 등의 단점도 예상했다.
부동산 국지적 차별성을 고려해 지역별로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럴 경우 해당 지역에서 이중 가격이 발생하거나 지자체별 행정비용 및 정책의 복합성이 증가하는 점 등이 부작용으로 꼽혔다.
임대인-임차인 자율 적용 방안도 검토했다. 임차인이 거주 기간 선택권을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고, 임대인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공실을 막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급 부족 지역의 경우 임대인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상한 요율 상향 등도 제안했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아 보증금을 최대 5% 올릴 수 있는데, 이 상한을 10% 이내 등으로 높여 이중가격 문제를 일정 해소하려는 취지의 대안이다. 다만 상한 요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고 봤다.
국토연구원은 각 대안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 임차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 유지 및 임대인 혜택 △부동산 하락기에 적용 △임대차 계약서 구체화 △계약기간 2+1+1 유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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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기는 해야 할 텐데…
전문가들은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개선 방안 중 '임대차법 폐지', 즉 완전한 원상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도입한 지 4년이 넘은 제도를 백지화하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법 개정 시 거대 야당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야당은 당시 입법을 주도해왔던 만큼 꾸준히 임대차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임대차법의 대표 부작용으로 꼽히는 임대료 상승 등도 임대차법 만을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1회 계약을 하면 4년간 임대료 상승 폭이 제한되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4년 치 상승분을 선반영해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을 제시해 왔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법 시행 이전인 2020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85%였지만 시행 하반기엔 5.47%로 올랐다.
하지만 이 외에도 수급 불균형, 민간 임대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가격은 종합적인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되는 법을 폐지하면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나머지 수정·보완 방안 중에선 '상한 요율 상향, 정책대상 범위 재설정 등'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수월하고 변화의 폭이 작아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한 해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데 현행 임대차법에선 총 4년간(계약갱신청구권 2+2년) 임대료 상한이 5%에 불과하다"며 "물가 연동하거나 인플레이션을 헤징할 정도의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임대차법 개편? 이 시점에?
하지만 어떤 방안이든 조속히 시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주요 법안 처리에 브레이크가 걸려서다. 김인만 소장은 "현 상황에서 임대차법은 중요도가 한참 밀리는 사안"이라며 "한 치 앞을 모르는 시국에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해서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4가지 대안을 전제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확정안 도출 목표 시점 등은 잡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대안에 '플러스알파'가 있을 수 있다"며 "찬반이 첨예하게 갈려서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균형감 있게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4월경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고 학계, 국회, 국민 의견을 들어서 국토부에서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국회 입법화 과정을 거쳐서 확정해야 하는데 정치 상황 등이 불확실해서 (목표 시점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외적으로 공개할 만한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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