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최근 재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입찰해 1차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신중한 태세인 덕에 삼성물산의 '무혈입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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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알짜배기지만…삼성물산 '무혈입성' 유력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반포4차 조합은 지난 7일 시공사 입찰 재공고를 냈다. 앞서 지난 5일 진행한 시공사 입찰 결과 삼성물산만 참여해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진흥기업 등 6개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시공사는 경쟁입찰로 선정해야 한다. 다만 2회 이상 유찰 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1979년 준공된 신반포4차는 기존 1402가구를 헐고 최고 49층, 12개동, 182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남4구역에 이어 도시정비사업 격전지로 주목받던 곳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3.3㎡(평)당 950만원, 총공사비는 1조310억원이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4구역(이하 평당 940만원)을 비롯해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인 방배15구역(870만원), 개포주공6·7단지(890만원), 잠실우성1·2·3차(92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지는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근처인 데다 서울반원초, 경원중 등도 가깝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코아백화점 등 생활 편의시설도 인근에 있어 실수요자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경쟁 비용 부담" 수의계약 가능성 높아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이 강한 수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보니 경쟁 탈락 시 설계 등에서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에 발을 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건설업계 관측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신반포4차는 반포 래미안 벨트 완성의 중요한 입지로 수주 의지가 굳건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인 업계 2위 현대건설과 맞붙어 1조5695억원 규모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에서 승리했다. 이후 적극적인 수주 공세에 나서고 있다. 주요 수주처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발주 물량이 줄면서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예년 대비 2배 이상인 5조원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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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이 강한 입찰 의지를 내비치는 곳으로 다른 건설사가 들어가 출혈경쟁을 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경기 악화로 비용 절감과 선별수주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공사를 선정한 신반포2차도 현대건설의 단독 참여로 경쟁이 불발되며 2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가 선정된 바 있다. 신반포 이외에 방배15구역, 개포주공6·7단지, 잠실우성1·2·3차 등 대형 수주 현장이 연달아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이 고려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내도 공사비 걱정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에 부담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로는 시공사 선정 이후 공사비 부담이 꼽힌다. 신반포4차는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메이플자이 등 초고가 아파트 사이에 있다. 강남 주요 입지로 고급화 설계, 고급 마감재, 고가의 커뮤니티 시설 등이 이미 계획에 반영돼 있다.
신반포4차 조합은 천장고 2.7m, 모든 동에 7m 필로티 적용, 가구(라인)별 엘리베이터 1대, 기둥식 구조, 차량 셀프 경정비 공간 등이 담긴 건축개요(안)을 공개해놓고 있다. 공사원가 상승 추세 속에 이익을 확보하면서 이 같은 요구에 맞추는 것은 수의계약을 따낸 시공사라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 참여시 설계비만 해도 수십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수주 가능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강남 반포 주요 입지로 자재, 시설 등의 기대치가 높아 공사비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수주 경쟁에 있어 많은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다른 사업장과의 비교를 통해 공사비 단가가 낮다 높다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하철이 근처에 있고 도심 한가운데 사업지가 있는 경우 공사가 쉽지 않고 조합의 요구 수준도 높아 추가공사비 부담에 대한 자체 체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반포4차 조합은 아직 수의계약에 부정적이다. 조합 관계자는 "2차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다고 해도 수의계약 계획은 없다"면서 "이후에도 경쟁입찰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차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는 오는 17일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