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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반값인데 반갑지 않은 '토지임대부주택'

  • 2021.09.29(수) 07:15

[알쓸부잡]'주택공급+집값안정' 구원투수일까
분양가 저렴한데 '반쪽' 한계…제2 '중산시범'?

'반값 아파트'

치솟는 집값에 지친 청약 대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 해보이는데요. 그런데 땅을 빼고 건물만 분양하는 '반쪽' 아파트라면 어떨까요.

최근 정부나 여·야당 할 것 없이 밀고 있는 '토지임대부주택' 얘기입니다. 이 주택은 집값 안정과 주택 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시장에선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분명하기 때문인데요. 과연 토지임대부주택이 10년 만에 부활해 활성화될 수 있을까요? 

 '집값 안정+주택 공급' 필살기?

토지임대부주택이란 토지 외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일반 주택보다 분양가를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토지는 임대료를 내고 이용하는 주택인데요. 

낮은 분양가로 40년 이내, 협의에 따라 최장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요. 토지 임대료도 비교적 저렴한 데다 보증금 전환 시 임대료를 더 낮출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대선주자들은 토지임대부주택이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보고 있는듯 한데요. 

표면적으로 '분양'의 성격을 띄고 있는 데다 분양가가 낮아 일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적기 때문이죠. 토지를 공공이 쥐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낮고요. 

먼저 포문을 연 건 경기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건설원가에 소액 수수료만 붙여 주택을 저렴하게 분양하는 대신 수분양자에게 매달 토지임대료를 받는 '기본주택 분양형' 계획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시세보다 30~50% 저렴한 '역세권 첫집주택'을 청년과 무주택 가구에 공급하겠다고 공약했고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서울 강북 재개발을 활성화해 토지 일부를 기부채납받아 시세의 4분의 1 수준의 '쿼터아파트'를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과거 노무현, 이명박 정권 때 추진됐는데요. 분양된 이후 건물 가격이 최고 7배 오르는 등 수분양자들이 큰 시세차익을 챙기게 되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매각할 때 LH에 환매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고요. 지난해 12월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상태입니다. 최근엔 송파구에 위치한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민간분양(당초 600가구 계획) 대신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반값'은 좋은데 '반쪽' 소유는 어쩌나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정부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분양'이라고 봤지만 수분양자는 '임대'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는 것은 '월세'와 다름없고요. 

지난 2011년 서초구에서 토지임대부로 공급한 '서초LH5단지'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2억460만원, 토지임대료가 45만2000원에 달했는데요. 분양가는 당시 시세의 3분의1 정도였지만 매년 내야 하는 임대료는 542만4000원(임대료 상승분 미적용 시) 수준이고요. 토지 임대료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별도로 보증금 3300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내집마련의 주된 목적이 주거안정과 자산 증식인데 토지임대부로는 자산증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실수요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입니다.

건축물 소유권만 있는 '반쪽'짜리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되고요. 토지가 공공 소유라 향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하기도 어렵습니다. 

용산구 중산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 아파트는 1970년에 지어져 토지임대부로 공급됐는데요. 중산시범의 건물 부지는 서울시, 건물 사이의 도로 용지는 용산구청 소유라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서울시와 용산구청으로부터 땅을 매입하는 게 우선이라 준공한지 50년이 지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거 환경에 따라 청약 흥행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서울 서초구에서 공급된 토지임대부주택은 청약에 흥행했지만 경기 군포시에선 청약 경쟁률이 0.1대 1까지 떨어졌거든요. 

시장에선 토지임대부주택의 이같은 한계점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번에도 사업이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 당장 저렴하게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토지임대부의 경우 감가상각이 되는 데다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이런 정책 상품의 가격이 가장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자산 증식 면에서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후 재건축 단계가 됐을 때 후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보완·개선해주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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