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수+수익 공유'의 한계에 부딪혔던 신혼희망타운이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까지 빠르게 치솟자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한 신혼희망타운에 실낱같은 '내 집 마련' 희망을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공급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정부가 약속했던 '국민 평형' 적용도 아직 감감 무소식이라 수요자들의 애가 타고 있다. 항상 그랬듯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신혼희망타운도 곧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시 주목받는 신희타…올해 계획대로 공급?
최근 들어 신혼희망타운에 관심을 갖는 청년·신혼부부가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신혼희망타운은 지난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무주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시세의 60~70% 가격으로 분양하는 주택이다.
분양가가 3억700만원이 넘는 신혼희망타운은 집값의 최고 70%까지 연 1.3%의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빌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집을 팔 때는 대출 기간과 자녀 수에 따라 시세 차익의 최고 50%까지 토해내야 한다.
이전 정권에서 집값이 크게 치솟으며 주택 구입자들이 너도나도 시세차익을 얻었던 터라 수분양자들은 수익 공유에 큰 거부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청약에 당첨되면 전매제한 최대 10년, 의무거주기간 5년 동안 발이 묶이는데 자녀를 낳고 기르기에 면적이 너무 좁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일부 신혼희망타운 단지는 미분양을 겪는 등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았는데 최근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7%대까지 진입한 가운데 신혼희망타운의 고정금리(연 1.3%)는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첫 주자였던 성남 판교대장부터 공급이 밀리면서 수요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LH의 '2022년 토지·주택 공급계획'을 보면 올해 수도권에서 총 6곳(3207가구)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예정이다. △성남 판교대장(6월·749가구) △평택고덕국제화계획(7월·788가구) △고양 장항(8월·371가구) △위례(9월·440가구) △성남 복정1(10월·465가구) △부천 원종(10월·394가구) 등이다.
이중 입지적 강점으로 가장 '핫'한 성남 판교대장은 공급 시기가 7월로 또 밀렸다. 판교대장은 지난 2019년 국민임대에서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계획을 변경하면서 학생발생률 증가 예측으로 성남교육청의 공급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2020년 12월 분양 예정이었다가 올해 6월로 밀렸는데 또다시 내달로 연기된 상태다. LH 관계자는 "성남교육청과 학교용지 협의중"이라며 "일단 7월로 공급 일정을 잡았는데 교육청의 승인 여부에 따라 공급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단지들은 기존 계획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혼희망타운 '막차'?
이런 상황에 정부가 약속했던 '국민 평형' 적용도 미뤄지자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통해 신혼희망타운 면적을 전용 60㎡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했다.
기존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분양주택은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 이제 신혼희망타운도 방 3개를 갖춘 30평대로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적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단지 평형도 기존 계획대로 46~55㎡ 뿐이다.
LH 관계자는 "도입하는 시기, 대상 지구 등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 진행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부가 내달 8월 발표하는 '250만 가구+a'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신혼희망타운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에서 구상한 큰 틀의 공급 로드맵에 발맞춰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선 신혼희망타운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통합·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년원가주택은 공공택지에 지은 아파트를 건설원가 수준에 분양하는 대신 차익의 30%는 공공이 환수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이고, 역세권 첫 집은 역세권에 국·공유지나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자가 기부채납한 땅에 아파트를 지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이들 주택을 합친 '청년주택' 브랜드를 만들면서 신혼희망타운도 여기에 통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LH는 지난 21일 나라장터에 '주택공급 슬로건 및 청년주택 브랜드 개발용역'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신혼희망타운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결국은 새 정부의 주택 정책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새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경될지에 대해선 국토부와 협의하고 서로 검토중에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신혼희망타운을 다수 공급한 만큼 시장의 우려대로 정책을 완전 뒤집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만약 공급 유형을 바꾸려면 기존 공급한 곳까지 바꿔야 하는데 수분양자 반발 등 때문에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큰 틀은 그대로 가되 이름만 변경하거나 신혼부부 주택과 청년 주택을 별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사실상 올해 예정된 단지들이 '막차'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