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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동산정책 운명은]동력 잃은 '공공재개발'

  • 2022.06.28(화) 10:25

2차 후보지 발표 애초 4~5월…기약없어
국토부 "250만호 공급계획에서 검토중"
새 정부서 후순위로 밀려…주민들 발동동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정부가 나서서 바짝 조였던 부동산 정책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가운데 주택 공급 방식·유형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새 정책들이 하나둘씩 구체화하는 반면 이전의 정책들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유자나 수요자들이 받는 모습이다. '살아 남아도 살아 남은 게 아닌'(?) 옛 부동산정책(공공재개발, 신혼희망타운)의 추진 현황을 살펴봤다.[편집자]

지난해만 해도 잘 나갔던 '공공재개발'이 갈수록 소외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비사업 정책이었던 만큼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는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에 새로운 민간재개발 방식(사전기획)을 접목해 일단 이어가기로 했지만 오히려 사업이 지체되면서 위상이 점점 추락하고 있다. 소유주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차 후보지 발표 '하세월'…8월 이후 될듯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발표가 미뤄지면서 신청 지역 주민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지난 2020년 8·4대책의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각종 인센티브로 사업성을 높이는 대신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당시 서울은 정비사업 규제로 재개발이 꽉 막혀있던 데다 정비구역 지정 취소된 구역까지도 신청할 수 있게 하면서 공공재개발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2020년 1차 후보지 공모(9월21일~11월4일)에는 총 102곳이 신청했다.

서울시는 2021년 1월15일 후보지 8곳(시범사업지·총 4763가구)을 선정한 데 이어 3월28일 16곳(1차 후보지·2만202가구)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어 2021년 12월30일~2022년 2월28일 2차 후보지 공모도 진행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던 '신속통합기획'(민간재개발 사업)이 호응을 얻으면서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 지역은 총 59곳에 그쳤다. 1차 때의 절반 수준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들 중 후보지 18곳(약 1만8000가구)을 선정해 4~5월 중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김기용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250만호 공급계획(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250만 가구+α' 공급계획)을 짜면서 전체적인 정비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공공재개발 추진 방향도 정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2차 후보지 발표를 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50만 가구+α' 공급계획을 새 정부 출범 100일 이내 내놓겠다고 한 바 있어, 시장에선 오는 8월중 발표를 예상하고 있다. 결국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발표도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연내 정비구역 지정'도 사실상 물건너간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후보지들 모두 서울시 사전기획 심의 단계"라며 "내부적으로 안을 수립하고 회의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중이고 이 단계를 마쳐야 정비계획안을 수립 및 변경해서 정비구역 지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기획 심의 절차에만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으로, 이후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공청회를 진행한 뒤에야 정비구역 지정을 할 수 있다. 

이에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 주민들의 애가 타고 있다. 더군다나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 당시 판단을 유보했던 보류지들의 경우 1년 넘게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보류 판단을 받은 곳은 △도림 26-21 △신길16 △신길밤동산 △번동148 △용두3 △대흥5 △아현1 △하왕십리 등 총 8곳으로, 이 중 △도림26-21 △용두3 △아현1 등 3곳이 2차 후보지와 함께 심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진행 속도가 빠른 곳들은 올해 말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황을 봐야 겠지만 1차 후보지 16곳 중 5~6곳 정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면서 '혼란'…"추진 동력 잃어" 

시장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공공재개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가 '250만호 공급계획'의 틀 안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민간 주도 공급'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선 공공재개발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의 추진 속도에 비해 공공재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모아주택의 경우 올해 2~3월 대상지를 공모하고 3개월여 만인 6월21일 대상지 선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공공재개발은 아직 후보지 선정 계획조차 미정이다.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대상으로 계획에 없던 '사전기획 제도'를 도입한것도 혼란을 일으켰다. 사전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공공성이 담보된 합리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난해 말 도입한 절차다. 

정비사업 추진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 제도를 공공재개발 후보지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시행하면서 오해를 빚으며 잡음이 나왔다.

사실상 공공재개발 추진의 첫 단추가 된 사전기획에서 시간이 오래 소요돼 전반적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박종덕 전국공공재개발협의회 회장은 "현 정부와 서울시가 공식적인 브리핑에서 신통기획 등 민간재개발 언급이 많은 반면 공공재개발이나 사전기획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며 "아무래도 이번 정부의 대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소홀한 느낌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저하된 분위기다. 

실제로 시장에선 신통기획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민간재개발 구역은 '(매물이) 없어서 못 판다'는 분위기지만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은 투자 문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서 나온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미 후보지로 지정돼서 행정이 이뤄진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신규 후보지 지정 등 추가 작업을 진행하는 건 난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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